지금은 우주여행 시대
지금은 우주여행 시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12 2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불통의 시대,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돌아보면 조 청장에게 '소통'은 신념이다. 쌍용차 파업 당시 경기청장이었던 그는 21세기형 '소통문화'의 진수를 선보였다. 인체에 닿을 경우 물집이 잡히는, 스티로폼도 녹여버리는 '발암물질'이 함유된 '안전한 최루액'과, 미국내에서 33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지만, 한국에선 안전한 전기침이 노동자 얼굴에 박힌 사진으로 이름값을 떨친 테이저건이 그것이다.

내부의 소통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양천서 고문사건 당시 채수창 전 강북서장이 '실적주의'를 비판하는 계기를 만드는 등 활발한 내부소통을 끌어냈다. 여기에 천안함 막말로 '범국민 소통시대'도 개척했다.

이런 조 청장이니 '소통하는 경찰행정'을 조석으로 고민하는 건 당연지사. 그런 그가 또다시 '소통'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7일 "음향 대포는 의사소통이 주기능"이라며 '음향대포'의 도입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내부시연회 때 강희락 전임 총장이 "이건 안 돼"라며 손사레를 친 건 그가 소통을 모르는 '불통시대 지휘부'였기 때문이다. 소통만 된다면야 '청력상실'의 희생쯤이야 감수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의지는 지난 10일 당정청 회동에서 '도입유보' 결정으로 꺾이고 말았다. '무림고수'가 악인을 응단할 때 사용하는 최심급 무공이 '사자후'라는 걸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결정이다. 이동관 전 수석의 말마따나 '신성일, 김진규' 대신 총대를 메고 '허장강, 박노식' 역할을 맡은 충정을 몰라주니 말이다.

경찰의 소통 방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

지난 8월 강희락 전 총장은 '내 사전엔 빨간 신호등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 교통신호등이 조작돼 대구 도심 10km, 11개의 크고 작은 네거리를 통과하며 단 한 차례의 신호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5일에는 청주상당경찰서는 김용판 충북경찰청장의 방문당시 민원인 차량을 통제했다. 청장님이 납시는데 가뜩이나 비좁은 주차장 혼잡은 청장님과의 원활한 소통에 지장을 주기 때문일 터다. '허장강'처럼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경찰의 '소통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소통방식은 온라인에도 등장했다.

CSS(Cyber Search System)라는 인터넷 검색 시스템이 그것이다. 특정 사이트의 게시물을 자동 검색하고 수집하지만, 검색흔적을 남기진 않는다. 시스템 구축비용은 국정원 예산을 사용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감시대상이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공간을 마음대로 사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도 얼마 전 상당경찰서로부터 자유게시판 게시물 98건의 삭제요청 공문을 받은 바 있다. 이 시스템에 의한 '사찰'로 추정된다.

남다른 소통 방식에 노회찬 전 의원의 지저귐을 전해주고 싶다. 그는 북한 트위터에 대한 접속 차단 및 팔로워에 대한 보안법 처벌 계획이 거론되자 "우주여행에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주여행시대에도 도로교통법에 집착하는 소통방식에 적응해, 부모님 댁엔 보일러를, 청와대엔 음향대포를 놔 드려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