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이기, 삼과, 사낭, 오처
일도, 이기, 삼과, 사낭, 오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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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주당들 사이에 퍼져 있는 이야기 중에 일도一盜, 이기二妓, 삼과三寡, 사냥四娘, 오처五妻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하나씩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첫째 일도一盜. 몰래 훔쳐 먹는 술로 다섯 가지 술 중에 가장 맛있어서 주당들이 선호하는 술이다.

근무 중에 직장 상사의 눈을 피해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서 컬컬한 목을 축이는 일. 아내나 가족, 애인과 술을 안 마시기로 약속을 해놓고서 몇 순배 몰래 걸치고는 은단이나 껌을 씹으며 나타나는 경우이다.

어렸을 적 집에 담가놓은 동동주를 부모님 몰래 훔쳐 먹는 맛이란 기가 막히도록 짜릿하다.

흔한 경우로 "이곳을 들여다 보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붙은 곳은 더욱 들여다 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의 발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이기二妓. 기생이 있는 호젓한 방석집에 가서 젓가락 장단 두드리며 호쾌한 노랫가락이라도 부르며 마시는 술이란 또 그만이다.

여기에선 사장도 박사도 너 나 할 것 없이 친구가 되어, 흥건하고 질펀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 앉은 미희美姬는 Y담, S담을 척척 잘 받아 넘기는 애교 있는 품새란 가히 주당들을 설설 녹인다.

세 번째는 삼과三寡. 10대 여성은 미개발 상태인 아프리카 대륙과 같고 20대 여성은 개발도상국인 아시아 대륙과 같고, 30대 여성은 개발이 바야흐로 황금기를 맞은 아메리카 대륙과 같고 40대 여성은 우아하고 문명에 꽃이 찬란하게 핀 유럽과 같다고 했던가! 나이 지긋한 30~40대 여성과 한잔 술에 어울리는 것도 우아하고 포근한 자리가 아닐까? 이쪽에서 부족해도 저쪽에서 감싸줄 수 있는 모성애적 완숙 경지가 있으니 말이다.

네 번째가 사낭四娘. 처녀와 마시는 술이다.

전술한 삼과의 술이 우아하고 화려한 술좌석이라면 사낭은 청초함과 신선함이 있는 술좌석이다.

그야말로 전혀 개발되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처럼 청순함, 수줍음 등이 흐르는 분위기로 멋진 술좌석이다.

다섯 번째 가장 술맛이 없는 좌석이 오처五妻. 집에서 먹는 술을 말한다.

대개의 주당들은 밖에서 주종불사, 안주불사, 주야불사, 생사불사하며 잘도 마시는데 집에만 가면 아무리 맛있는 술이라도 안 마시는 것이다.

매일 보는 아내와 가족들 분위기 속에서 무슨 술맛이 나느냐는 것이다.

쭉쭉 빠진 미희들이 시야에서 오락가락하고 그럴듯한 조명이 빛을 발하는 주석에서 세상사는 이야기라도 왁자지껄하게 나누며 마시는 술이 그래도 술 맛 나는 주석이 아니냐는 것이 주당들의 변명이니 하! 싫다 싫어 오처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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