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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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이달 초 단행된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낙마한 윤재옥 경기경찰청장이 남긴 퇴임사다.

그는 22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경찰대 1기를 수석으로 입학한 데 이어 수석졸업했다. 이후 경감부터 치안정감까지 모든 직급에서 '경찰대 출신 1호'의 기록을 세우는 등 동기생 중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에 흔들렸고, 끝내 낙마하고 말았다.

그의 자리였던 경기청장엔 경찰대 동기인 이강덕 부산청장이 취임했다. 이강덕 청장은 '영포라인'멤버로 'G20 방어용 조현오 경찰총장'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경찰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처음 만난 그녀도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국철거민연합 간부로 용산참사 이후 전철연에 대한 '싹쓸이 앙갚음 구속 탄압'에 의해 1년 5개월여 동안 옥고를 치렀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9월 24일이 그녀의 출소일이다.

구속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장남과 초등학교 6학년인 차남을 둔 한부모 가장인 그녀. 그녀의 집도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장남은 빠듯한 집안 살림을 감안해 대학진학의 꿈을 접었다. 대신 군 제대 후 자격증을 따 기술자가 되기로 맘 먹었다.

군 생활 기간에 애써배운 기술이 녹슬까봐서다. 하지만, 홀어머니가 구속되자 군 입대를 늦춰야 했다. 홀로 남은 어린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서다. 기술공부도 못하고, 군대도 못 가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 방황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재개발 시행사는 농간을 부려 그녀의 출소일인 9월 24일자로 철거 계고장을 송부했다.

철거는 계고장에 명시된 날짜 이전이라도 가능하다.

2007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킨 이랜드 노조의 파업. 현재는 이랜드 노조 당사자들도 사법처리를 모두 마친 상태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파업 투쟁에 그녀가 참석했던 3년전 집회를 들춰내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구속 중에 기소당하면 구속이 자동연장된다.

낯선 면회자에게 경계심을 품은 그녀의 눈빛을 그제사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철거비보를 전달하러 온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큰 아이의 앞길을 막은 것 같은 죄책감. 철거의 두려움이 가득한 집에 사는 두 아들. 출소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기소'될 경우 구속상태가 유지될 상황. 세상과 단절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었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9월 24일 출소했다. 그녀는 출소와 동시에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철거 문제 해결을 위해, 용산참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비지땀을 흘릴 것이다.

6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9명이 수감중인 용산참사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열사들을 참배하고, 생명평화 미사를 진행한다.

대책위는 철거민의 평안한 삶을 파괴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다는 바람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진상규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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