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의 일엽편주다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의 일엽편주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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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마이클 샌델은 '자격없는 사람이 무언가 얻는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특별한 종류의 부당함에 대한 화'를 '분노'라 했다. "정의를 가슴에 담고 살아 왔다"던 '경남의 아들' 김태호에게서 느낀 감정의 실체는 샌델의 말마따나 '분노' 그 자체였다.

하루 93만원짜리 특급호텔 출장을 만끽한 김태호 후보자는 끝내 사퇴했다. 반면, 찜질방을 전전하며 '열린 도지사실'을 운영한 이광재는 살아돌아왔다. '연차수당 동기'라는 혐의를 받았지만, 한 명은 보따리를 쌌고 다른 이는 보따리를 다시 풀었다. 둘은 그렇게 갈렸다. 박연차는 중앙 권력의 목줄을 죘고, 지방 권력의 숨통은 틔워줬다.

족쇄를 푼 이광재 지사는 안희정, 김두관 등 '친노 트로이카'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들은 10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러시아 연해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염두해 둔 행보다. 그러나, 부산과 속초를 통과하는 노선과 하등 무관한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함께한다는 점에서는 친노의 결집을 의미한다.

폐족으로 몰렸던 친노그룹은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보호자없는 병원 시행 등 복지공약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충청에서 끊긴 친노벨트가 다시 연결되면서 사업시행은 탄력이 붙을 것이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의 출사표를 던진 '빅리거'들은 저마다 '진보'와 '복지', '정의'를 외치지만 '구호'만 난무한다. '친노 트로이카'가 제시한 공약이 기실 민주당을 포함한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 4곳과 논의 끝에 이뤄진 후보단일화와 정책협약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주당의 한계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4대강 사업 예산 삭감과 검증특위 설치 등으로 뜨겁게 달구려 하지만, 정작 지역에까지 온기가 미치지 않는다.

이시종 지사는 이재정 대표와 4대강 사업 중지 등의 내용으로 후보단일화를 합의했다. 그러나, 당선 후 '4대강 사업 큰 틀 추진'으로 선회하고, "둑높임 사업 등 일부 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밝히자 정범구 의원이 "독높이기 사업이 하천 수질을 악화시킨다"며 맞장구친다. 검찰 출신들도 아닌데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린다. 김문수의 말마따나 '통이 크지 못하다.' 4대강 저지 국회를 선포한 민주당의 행보와는 천양지차다.

여기에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도 또 하나의 '충북형 4대강 반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호자 대신 간병사가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없는 병원'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한없이 훌륭한 공약이다. 그러나, '돈주고 뺨맞는 식'의 생색내기 예산배정으로는 어림없는 사업이다.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자체의 '통 큰' 예산 지원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에 지방정권의 사업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복지국가 건설의 적임자라는 수권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모델의 병원을 참여시켜야 한다. 간병을 요양급여에 포함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사회적 논의도 불붙은 상황이다. '지역'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시행을 요구하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다. 약속을 저버리고 도민을 성나게 하면 권세는 성난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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