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을 막으라
뒷문을 막으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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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때는 바야흐로 1970년대 중반, 제가 어릴 적 얘기입니다. 슬라브 단독 주택에 살았는데, 간혹 불청객이 방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양상군자(梁上君子)는 아니었고, 서생원(鼠生員)이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야 그가 컴퓨터 마우스라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무척 달랐습니다. 그는 단순히 추방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박멸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서생원이 들어온 방에는 이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두 살 터울씩인 저희 집 삼형제는 그를 방 밖으로 쫓아내려고 힘을 모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마땅한 대책을 미리 세워 놓지 않은 채 큰소리를 내고, 발을 굴러대고,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빗자루 같은 것을 들어 압박하는 모양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삼형제의 기운을 잔뜩 빼 놓은 채, 손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그는 유유히 '세이 굿바이(Say goodbye)'를 했습니다.

유명무실하기보다는 정말 실용적인 합동작전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삼형제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지혜를 모았습니다. 이런 식의 의기투합(意氣投合)은 형제애(兄弟愛)를 공고히 하는 데 한편으로 충분한 거름이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합동작전의 목표는 서생원의 추방이었고, 실행방법은 방문을 열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사각형의 방에 방문 쪽을 제외한 나머지 위치에 삼각편대(三角編隊)를 구성해 대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합동작전은 주효했습니다. 어느 날엔가 방으로 들어왔던 그는 열어놓은 문 쪽으로 줄행랑쳤습니다.

얘기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고자 합니다.

방문이 두 개 이상인 경우, 뒷문을 다루는 것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희 삼형제가 살던 방에 뒷문이 있었다면, 침입자 서생원에게 제공된 탈출구는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주관적 견해라는 것이 있다 보니, 어떤 하나의 결론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의 선택은 아마도 뒷문이었을 겁니다.

돌이켜보건대 그 당시의 가옥구조는 방의 앞문 쪽으로 거실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문으로 몰아치게 되면, 거실로 들어서게 된 다급해진 그가 다른 방이나 공간으로 들어가 버려 문제가 확산되었을 테니까요.

얘기가 나온 김에, 뒷문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모르게 은밀히 드나들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뒷문이고, 어떤 문제를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나 수단으로 해결하는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도 물론 뒷문이란 단어가 쓰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뒷문에 대한 기존의 비유적 인식은 부정적(否定的)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뒷문을 열어놓고 살 때,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뒷문이 부정(不正)의 통로가 되어 방은 마침내 부패(腐敗)의 온상(溫床)이 되고 만다는 얘기지요. 우리들 마음의 방에 있는 뒷문의 빗장을 단단히 질러야만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우리들 마음에 들어와 있는 서생원을 퇴치(退治)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뒷문을 열어 두게 되면, 번뇌의 악마를 없애고 여러 장애를 끊는 길은 까마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뒷문을 막고서, 점진수행(漸進修行)의 세상으로 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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