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림보'
4대강 반대 '림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1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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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타인의 꿈에 접속한다는 내용의 아트 블록버스터 '인셉션'이 화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서 이 영화는 몇몇 신개념을 탑재했다. 추출자가 기본이다. 상대의 꿈에 파고들어 '정보'를 추출해 내는 사람을 칭한다.

'킥'은 꿈에서 강제로 깨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꿈이 해킹 당한다고 느꼈거나, 현실에서도 고통을 느끼게 되는 부상을 당하는 등 꿈속에서 벌어지는 돌발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된다.

'토템'은 추출자들이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위한 도구다. 주인공은 토템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팽이다. 꿈속의 팽이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가상인지 현실인지 모호할 때 팽이를 돌려보면 자신의 의식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추출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림보'. 꿈속의 꿈속의 꿈속에 빠져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꿈의 밑바닥이다. 주인공의 아내는 바로 이런 '림보' 상태에 빠져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목인 '인셉션'은 기억추출에서 한술 더 떠 타인에게 생각씨앗을 심어 기억을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무의식을 심어주어 판단과 행동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극중에서도 '미션 임파서블'로 이론만 존재하는 최고난이도의 임무를 말한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국토부가 인셉션을 당한 모양이다. 추출자가 국토부의 무의식을 어떤 말을 하든 '4대강 정상추진'으로 들리도록 조작한 모양이다. 국토부는 충남과 충북이 4대강 정상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충남북도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끈했다. 정권에게 4대강은 교리요 신앙이다.

이번 개각에서 심판의 대상자가 건재했다는 것이 하나의 표증이다. 4대강 심판으로 압축된 지방선거 표심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장관은 유임됐다. 이러니 누가 뭐라든 내 갈 길은 가는 '마이웨이'가 이어질 뿐이다. 인셉션을 당한 듯한 국토부의 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충북도의 태도도 영 미덥지 않다.

윤언여한(綸言如汗)이라 했다. 한번 배출된 땀이 몸속으로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것처럼 임금의 말은 취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시종 지사는 후보자 시절 <2010 충북유권자희망연대>와 작천보 신설이 포함되어 있는 미호2지구사업 등 충북이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가 포함된 내용의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은 땀을 다시 흡수하려는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협약'을 준설토쯤으로 치부하고 퍼내려는 것 같다.

혹여 4대강 전면 재검토 천명이 '진심'이 아니라 '표심'만을 노린 허언인지를 캐기 위한 추출자의 조력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4대강 반대 도지사에 대한 믿음은 꿈의 밑바닥인 '림보' 상태에서만 가능한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킥'을 당해 꿈에서 깨고 싶다. 도지사의 약속을 명확히 이행하는 것만이 논란과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재인 팽이 '토템'은 지금 쓰러질 듯 말듯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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