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 허리띠를 조이는데
서울시도 허리띠를 조이는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8.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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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편집부국장

서울시가 민선5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목표는 작년 말 19조5333억원에 달했던 부채를 2014년 말까지 12조739억원으로 6조8294억원 줄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경제위기를 맞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확대 재정정책을 펼치며 민선 4기에만 2조992억원의 부채를 졌다.

서울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민선5기 들어 새로 시작하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중단하고 추진하는 사업도 상당수를 보류나 축소할 방침이다.

우선 불필요한 사업비 감축을 통해 올해 발행하기로 했던 지방채 9800억원을 6800억원으로 줄이고, 지난해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1조8000억원도 2014년까지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산하기관과 투자기관의 경영 합리화 방안들도 다각도로 추진한다. 전 투자기관 운영비를 평균 3% 줄이고, 지하철공사의 만성 적자를 경감하기 위해 지하철 요금 인상도 적극 검토하는 등 조직내 불만과 민원까지 무릅쓸 태세다.

앞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는 재원조달 방안을 확보한 후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사업 적정성은 물론 공사를 늘리는 설계변경 등에 대한 심사를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재정 안정을 위해 비상을 건 것은 표면상으로는 늘어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수 감소에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83.4%로 추산된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재정수입에서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제외한 자체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로,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다.

서울시 자립도는 광역과 기초 지자체를 통틀어 부동의 1위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90%를 유지했던 서울시 자립도가 80%대로 떨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자립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시가 신규 사업 전면 재검토라는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은 앞으로도 자립도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2.2%로 지난해 53.6%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59.3%에서 꾸준히 내리막길을 탄 것이다. 전국 246개 지자체 중 자립도가 전국 평균은커녕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을 초과하는 152개나 될 것이라고 한다.

충청권 지자체들 역시 극심한 자립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충북의 경우 12개 시·군 중 증평·단양·괴산·영동·옥천·보은군 등 6곳이 지방세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주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충북도를 포함한 전 지자체가 전국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민선5기 출범과 함께 도내 각 지자체는 앞다퉈 대단위 신규 사업들을 내놓고 있다. 직원 인건비까지 중앙에 의존하는 지방 군소 지자체의 부실한 재정은 단체장의 열정과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재정이 탄탄한 서울시가 사업 전면 재검토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갑 두께가 상대도 안 되는 충청권 지자체들이 가야할 길은 뻔하다.

부산시의 한 구청은 지난해 당초 지원될 것으로 예상했던 중앙정부 교부세 27억원이 줄어드는 바람에 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려 직원 인건비로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서울시를 거울로 삼아 긴축 재정과 불요불급한 사업 정비에 나서지 않으면 충청권에서도 머지않아 이런 지자체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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