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평과 인사청문회
하마평과 인사청문회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0.08.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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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영일 본보 대기자

하마평(下馬評)의 사전적 의미는 관직의 인사이동이나 관직에 임명될 후보자에 관하여 세상에 떠도는 풍설(風說)이라고 돼 있다. 이와 관련된 단어 중에 하마비(下馬碑)라는 것이 있다. 말에서 내리는 곳에 세웠던 비석이다. 이곳에서는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의 직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 그래서 비석에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고 써 있다. 상전이나 주인이 말에서 내려 잠시 일을 보러 대궐이나 관아로 들어간 사이에 마부들끼리 무료함을 달래느라 잡담을 나누게 된다. 이때 나누는 그들의 대화 중에 상전이나 주인의 인물평은 물론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관한 얘기가 곧잘 나왔기에 하마비 앞에서 하던 이런 얘기에서 유래된 것이 하마평이다.

정계 개편이나 정부 요직의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늘 풍성했고, 관련자들이나 정관계에서 엄청난 관심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또 언론도 커다란 관심 속에 누가 어느 자리에 오를 것인지를 주요 기사로 다뤄왔다. 그런데 8일 단행된 개각과 관련해서는 하마평에 관한 보도가 거의 없었다.

정운찬 국무총리의 사의표명을 대통령이 수용했기에 큰 폭의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언론은 누가 국무총리가 될 것인지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청와대출입 기자단이 청와대측의 개각보도 엠바고(보도시점 제한)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하마평을 보도할 경우에 발생하는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하마평에 대한 보도가 사전에 인물검증이란 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인사권자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거나 관련도 없는 인사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킬 개연성이 있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에 의해 보도되는 하마평으로 인해 해당 인물이나 관련 부처의 업무수행에 커다란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번에 나타난 것 중에 대표적으로 빗나간 예상이 2년 이상 재임한 장관과 외교안보라인 장관 교체, 그리고 경제부처장관 유임이다. 이들 부처의 공직자들은 개각관련 보도를 자제한 속에서도 언론들이 보도했던 일부 예상도 어긋나자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이번 개각의 하마평 보도와 관련해 언론내부의 비판도 있다. '청와대의 개각발표에 깜짝 효과를 주는 정도'라든가, '고위직 인사에 관한 언론의 검증시스템을 자진 해체한 꼴' 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하마평 보도가 생략된 이번 개각인선에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욱 철저히 됐을 것으로 믿고 싶다.

고위 공직자는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인사청문회(人事聽聞會)는 16대 국회 때 처음으로 도입돼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구실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내정자에 대한 공직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검증해 해당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판단한다.

이번 개각에서 발표된 인물 중 국무총리와 장관 7명 및 국세청장 내정자 등 9명은 앞으로 국회인사청문절차를 거쳐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게 된다. 물론 국무총리는 2일간의 특위의 인사청문을 거쳐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하지만 장관과 국세청장은 1일간의 소관 상임위 청문절차에만 임하면 된다.

국회인사청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개각 발표 이후 야당들이 논평에서 이번 개각을 혹평했기에 야당들은 인물검증을 제대로 할 의무가 있다. 또 이 인사청문과정에서 언론도 하마평을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못했던 인물검증시스템을 가동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이 계기가 되어 지방정부의 주요직에 대한 청문회요구 수용이나 언론의 공직하마평 보도자제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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