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박탈의 이안류
권리박탈의 이안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04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지옥화염에 내몰린 사람들. 소댕같이 달아오른 체열을 식히려 가람과 뫼, 바다를 찾는 사람들. 그중 으뜸 피서지로 손꼽히는 해운대. 불볕철엔 물경 1,000만명 이상이나 되는 '사람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운대에 비상이 걸렸다.

달갑지 않은 손님 '이안류(역파도)'가 급습한 탓이다. 지난 주말 3일간 해운대를 찾았던 수십명이 아찔한 생명의 위협에 휩쓸려야만 했다.

이안류가 예측불가능한 자연에 의한 생명의 위협이라면, 최근 충북도청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은 노동자의 권리박탈의 위협이 예측가능한 인위적 이안류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최저 기준 권리'에서 자유로운 지역이다. 이 구역 내에서는 유급 주휴일과 유급 생리휴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양극화 주범으로 지목받는 '파견노동의 범위'도 확대된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 내 노동자들은 '권리박탈의 이안류'에 휩쓸려 '노동기준'으로부터 동떨어진다. 권리의 백사장으로부터 멀어진 노동자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의 절망의 파도에 휩쓸린다. 풍요로운 삶 대신 일해도 가난한 빈곤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최저생계비로도 '황제의 식사'를 만끽할 수 있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과는 달리, '이방의 식사'조차도 꿈꾸기 힘든 형편없는 노동조건에 내몰린 이들은 민주노총의 지적처럼 '최저생계비 황제식'을 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개드립'에 좌절하고, 나를 술 푸게 하는 '더러운 세상'을 절규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자본은 '목함지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의 자본철수 협박은 노동자의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고, 첨예한 노사갈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외자기업에선 1kg의 압력에도 폭발하는 예민한 '목함지뢰'처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의 노사관계의 긴장도가 높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한 충북의 '불굴의 의지'는 '살맛나는 충북'을 만들기는커녕 권리를 박탈당한 '죽을 맛의 충북'으로, 외자기업 내의 '신노사냉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이 허용돼 '촛불'이 그렇게 반대했던 의료공공성의 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

실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에 정부에 외국인 병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표면적 이유는 50%의 외국인 투자비율을 30%로 낮춰달라는 것이지만, 혹자는 내국인 진료 허용을 바라는 속내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충북의 경우 하버드의대 협력병원을 비롯한 3곳과 MOU를 체결하는 등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외국인'만으로는 영리병원의 이윤이 보장되지 않기에 '출입제한'의 빗장을 푸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의료민영화의 첨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덧붙여 이미 적용받고 있는 법인세 감면 등의 대상과 규모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권리가 차단된 지역, 노사냉전을 부르고, 의료민영화의 전진기지, 세금도 걷지 못하는 국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 경제자유구역을 외국인의 자유로운 거주와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제국주의 침략의 전초기지를 뜻하는 '조계(租界)'라 빗댄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