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인간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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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컴퓨터 게임을 나무랐다고 친부모를 흉기로 살해했는가 하면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여자 친구 어머니를 끔찍하게 죽였다. 이웃 일본에서는 역시 게임에 빠진 자녀를 꾸짖었다가 일가족이 참극을 당했다는 소식마저 들려 온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과 사회적 경고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성적 일탈은 오히려 더 대담해지고 자극적이다. 어느 땐 엽기적인 사건에 아예 말문조차 막힌다. 이들을 보노라면 마치 게임을 하듯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 같다.

지금, 인생의 최고 활동기를 맞아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역동적으로 일해야 할 대한민국의 3, 4, 50대 가장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고민에 똑같은 상실감으로 번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눈만 떴다 하면 살인이 난무하는 게임에다 오로지 말장난만이 판치는 예능프로그램에 매몰되는 자녀들을 보면서 부모로서의 한없는 자책감에 한숨만 키워가는 것이다. 이런 지경이라면 우리나라 교육에 근본적인 판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고교 졸업까지 오직 성적으로만 줄세움을 당하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손에 쥐는 것은 판타지 소설과 무협지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들의 손에서는 하다못해 신문 한 장 찾아보기도 어렵다. '돈' 논리로만 무장된 대학들도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려고 안달이다. 이른바 '인간 교육'은 점점 더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기계적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평생을 인간의 야만성에 전율하다가 끝내 자살로써 생을 마감한 프리모 레비가 마지막까지 천착한 화두였다. 그는 철저하게 궁금해 했다. 의혹이나 의심도 품어보지 않고 무조건 나치즘에 환호하며 인간살육을 저지르는 저 인간들의 기계적 속성은 과연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를. 그래서 이런 기계적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집단의 악함이 얼마나 악랄한지를 고민하다가 결국엔 '이것이 인간인가'를 책으로 낸 후 홀연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가 반문명, 반역사의 실제(實際)로 지목한 기계적 인간은 지금까지도 엄연히 존재하며 극성스럽게 활보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은 고사하고 상대가 뭔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좌우 이념이라는 형식의 틀에 자기를 맞춰 무슨 좌파니 수구니 하며 끝 간 데 없이 대립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정치이건 기업이건 혹은 교육이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지금 이렇게 흐르고 있다. 기계적 인간들이 무리를 이뤄 서로 집단의 악함만을 상대에게 가하는 꼴이다. 한데, 불행하게도 이것 말고도 우리는 또 하나의 고민에 봉착해 있다. 바로 기계적 인간의 변형과 전이라는 새로운 현상 때문이다.

프리모가 고민한 기계적 인간이 20세기형이라면 지금, 천박한 문화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21세기형 기계적 인간'이 되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고 게임과 예능프로그램에 희희낙락하는 순간, 어느덧 우리 자녀들은 집단의 악함에 적응돼 단지 나무랐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를 죽이고 여자친구 엄마를 칼로 찔렀다.

이러한 새로운 기계적 인간들이 만들어 낼 반사회적 문화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이를 거듭할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필연적으로 '악하다'는 사실이다.

이젠 학교장이나 지역 교육감, 장관 정도가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들의 엄포는 공수표가 됐다. 대통령이 나서고 국민 모두가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공유할 때다.

사람이 인간이 되려면 어려서 논두렁에 빠져도 보고 개구리도 잡아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도 해 봐야 한다. 여기에다 소설책도 보고 현실의 이성과 연애도 해 봐야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간'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교육이 더 늦어지면 나라 자체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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