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 인도- 사막으로의 여행(9) 사막에 어린 왕자는 없다
티벳 - 인도- 사막으로의 여행(9) 사막에 어린 왕자는 없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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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사막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뜨거운 열사, 생명이 불같이 타오르는' 사막을 갑니다. 가도 가도 모래밭만 나온다는 사막. 그 황량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습니다. '스리나가르'에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갈아타고 2박 3일에 걸쳐서 도착한 '푸쉬카르'라는 곳에서 사막을 가기로 합니다. 사막은 혼자서 들어 갈 수는 없는 곳이었습니다. 여행사에 들러서 사막 투어 1박 2일을 신청합니다. 다음날 아침 덜컹거리는 '릭샤'가 와서 사람들을 태우고 한곳에 모아둡니다. 각지에서 사막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모인 곳에는 낙타가 잔뜩 있습니다. 낙타 한 마리에 낙타 몰이꾼 한 명에 여행자 한 사람이 한 짝입니다.

낙타를 타면 높고 엉덩이가 아프고 냄새가 심하고 햇볕은 뜨겁습니다. 그 낙타를 타고 하염없이 갑니다. 영화에서 자주 봤던 그런 예쁜 사막이 아니라 그냥 벌거숭이 모래밭 - 조금은 더럽고 신선하지 않은 모래밭을 - 한나절을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까만 얼굴은 더 까맣게 타고 준비해 온 얼음물은 벌써 뜨거워졌습니다. 내려서 걷지도 못하고 앉아 가기에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프니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습니다. 하여지간 해가 있는 동안은 그렇게 걸어갑니다. 뜨거운 해가 질 때쯤 해서야 공터에 사람도 부리고 짐도 부려 놓습니다. 거기서 자야 한답니다. 몰이꾼이 준비해 온 음식은 밀가루가 전부고 연료는 낙타똥을 말린 것이 다입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낙타똥불을 피운 곳에 던져 넣습니다. 새카맣게 타서 익은 그 빵을 두어 개 주면서 저녁이랍니다. 먹습니다. 사막의 밤은 예쁘고 어쩌면 사막의 여우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그런 사소한 일들은 다 잊습니다.

빨리 어두워져 별도 보고 여우도 보고 싶습니다. 사막의 밤은 순식간에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춥습니다. 나눠준 담요는 오래 빨지 않아 찌들고 냄새가 고약합니다. 그래도 추우니까 깔고 덥습니다. 이제 별을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 별 보기가 쉽지 않을 거랍니다. 여우를 보고 싶습니다. 여우는 잘 오지 않는답니다. 가이드 북에 그렇게 써 있을 뿐이지 자기네들도 몇 번 보지 못했답니다. 이런 제기랄~ 그럼 여긴 왜 온겨 그래도 혹시 뭔가가 있을지 몰라서 잠들지 않고 있습니다. 코끝이 시립니다. 담요 안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다시 빼쭉 내밉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허허벌판에 텐트도 없이 야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았습니다. 밤새 아무것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낙타똥불을 피워 '짜이' 한 잔을 끓여 주고 어제 남긴 낙타똥빵을 다 먹으니까 마을로 가자고 합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하룻밤 씻지 않았다고 모두가 거지 꼬라지입니다. 차가운 몸이 금방 뜨거워집니다. 햇살이 또 따갑습니다. 추운 것과 뜨거운 것이 서로 번갈아 오는 것밖에는 없는 사막 투어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몇 번의 사막 투어를 해 봤지만 다 그런 꼬라지로 끝났습니다. 심지어는 따라온 개를 '사막의 여우'라고 허풍을 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건 애교로 봐 줄만도 하지요.

우리가 동경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 그렇지만 또 기대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인 듯합니다. 없는 줄 알면서도 가야 하고 아닌 줄 알면서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겠지요.

삼류 포르노 배우의 거점┍ 신음 소리는 결코 우리 삶에서 토해지지 않는다는 진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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