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일몽(南柯一夢)
남가일몽(南柯一夢)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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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남쪽으로 뻗는 나뭇가지 아래서 잠시 잠을 자다 꾸었던 꿈이라는 말이다. 이는 덧없는 인생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중국 당 나라 때의 일이다. 술 좋아하고 시 쓰기를 즐기는 순우분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하루는 거나하게 술에 취한 채 집 앞 큰 홰나무 밑에서 잠을 자다가 이상한 꿈을 꾸었다.

"순우분, 우리와 어디 좀 같이 갑시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겠다는 거요?"

"괴안국이라는 곳인데 좋은 일이 있을 테니 아무소리 말고 따라오시오."

꿈속에서 두 사내가 순우분을 홰나무 구멍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순우분, 과년한 딸이 있어 마땅한 사윗감을 찾는 중이었는데 마침 잘 왔소."

괴안국 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순우분을 환대하였다. 왕은 방년 십팔 세인 공주를 순우분과 결혼시킨 뒤 곧바로 남가군 태수자리에 앉히었다.

순우분은 남가군을 다스리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그동안의 치적을 인정받아 재상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뚱딴지같이 순우분에게 그만 재상 자리를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했다.

"폐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그게 아니고, 천도 후에도 그대가 재상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고 하니 떠나주기를 바라오."

"폐하, 그러하다면 기꺼이 재상 자리를 내놓고 낙향하겠나이다."

아이고 따가워!

순우분은 다리를 찰싹 때리고는 얼른 눈을 떴다. 큰 개미가 허벅지를 물어뜯었던 것이다. 순우분은 꿈이 너무나도 이상해 홰나무 아래를 살펴보았다. 자세히 보니 큰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 안에는 수많은 개미가 두 마리의 왕개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남쪽으로 뻗은 가지에도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안에도 개미떼가 바글바글했다.

이제 보니 위 구멍은 왕 내외분이 살던 궁궐이요, 아래 구멍은 내가 태수로 있던 남가군이었구먼...

그 다음날 큰 비가 내렸다. 순우분은 개미들이 무사한지 궁금해 홰나무 구멍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 그 많던 개미들이 다 어디 갔지 꿈에서 천도를 한다고 하더니 왕개미를 따라 개미들이 모두 떠나버린 모양이구먼...

권불십년(權不十年)이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권세란 십년 가기 어려우며, 꽃은 아무리 고와도 열흘이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재벌의 오너가 <우리 회사가 지금 팔고 있는 제품 중에서 10년 후에 살아남을 제품은 거의 없다.> 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우리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면 틀림없이 망한다는 따끔한 충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 창업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설령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도 오너가 바뀌었고, 인수합병의 격랑을 거치면서 기존의 임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각기 살길을 찾아 나서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런 기업들의 공통적인 잘못은 현실에 안주해 미래의 먹을거리인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신제품을 개발하면 날개 단 듯이 모두 잘 팔릴까 요사이 전 세계적으로 IT Early Adapter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그 제품에는 소비자의 영혼을 뒤흔드는 마력이 숨어 있기 때문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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