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의 달콤한 마티니
마릴린 먼로의 달콤한 마티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04 0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마티니에는 설탕을 넣어 주세요."

"그래 그게 좋겠지."

마티니에 얽힌 유명한 일화다. 세기의 여배우였던 마릴린 먼로가 마티니를 찾을 때, 뉴욕 맨해튼 바의 늙은 단골 바텐더가 마릴린 먼로의 비위를 맞추던 대사이다.

먼로가 관능적인 몸매로 뭇 사내들의 넋을 빼앗았던 영화 '7년만의 외출'에 나오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먼로의 어처구니없는 이 실언이 마티니 애호가 사이에선 인기 폭발, 진짜로 희한한 마티니 주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위험한 나이'(1947년 작)에서 단역으로 은막에 데뷔한 먼로가 즐긴 술은 바로 칵테일이었다. 먼로는 그중에서도 드라이진을 살짝 섞은 진 마티니를 애음했다.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로 만드는 드라이한 맛이 특징. 이때 여기에 설탕을 넣는다면 맛이 어떨까

물론 엉망이다. 그러나 설탕 마티니 속에는 먼로만의 전매특허인 달콤한, 그러면서도 끈끈한 사랑의 유혹이 스며있다.

영화 '7년만의 '에선 바람기 많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무더운 여름날 부인과 아이들을 먼저 피서지로 떠나보낸 이 남자는 맨해튼에 홀로 남아 유혹의 대상을 찾았다.

이때 관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여인이 바로 먼로, 서로 눈웃음치던 두 사람은 한 칵테일 바를 찾는다.

여기에서 마릴린 먼로가 예의 유명한 질문을 던진다. 설탕을 넣어 달란다.

어처구니없는 영화 속의 실언이지만 이를 받아주는 바텐더의 노련함 속엔 은연중 정염이 내포돼 있다. 영화 제작자의 의도였겠지만, 이로 인해 설탕 마티니는 먼로의 몸매처럼 정열의 한 상징이 됐다.

그러나 설탕 마티니는 달콤한 그 이상의 것들을 빼앗아 갔다. 유명한 프로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결혼 2년 만에 이혼하고, 다시 극작가 밀러와 5년만에 파경을 맞는 등 많은 사내들과의 찰나적인 염문을 가졌던 먼로는 끝내 설탕 대신 수면제로 세상을 떠났다.

마릴린 먼로가 즐겨 찾았던 마티니의 고향은 고색창연한 문화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였다.

마티니는 알코올 40% 진에다가 포도주를 바탕으로 초근목피 약초를 가미한 알코올 20%정도의 베르무트를 약간 섞는다.

올리브 열매 한 개나 레몬 껍질 한 가닥을 장식,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칵테일로 각종 파티에 많이 애용되는 게 바로 마티니다.

초보자가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진과 베르무트를 3대 1로 칵테일 하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진의 비율을 점차 높여 진의 드라이한 맛을 강조하게 된다.

차갑게 한 세이켜(칵테일용 섞는 기구)에 베르무트를 살짝 입혀 우려낸 뒤, 여기에 진을 따라 마시면 떨떠름한 맛의 송진 향내가 그만이다.

아무튼 황소의 이마 털같이 빳빳하면서도 바싹 구운 토스트처럼 가늘거리고, 송진내 섞인 늦가을 바람 같은 톡 쏘는 그 맛에 옴짝달싹 못하는 칵테일 애음가라면 바로 마티니에서 시작하여 마티니로 끝난다 하지 않던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