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식재상(伴食宰相)
반식재상(伴食宰相)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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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반식재상(伴食宰相)이란 능력이 모자라는데도 자리만 지키면서 밥만 축내는 재상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직책을 맡으려면 그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나라 현종 때에 요숭(姚崇)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태평성대를 여는 데 크게 공헌하여 현종의 총애를 받았다. 한편 재상의 반열에 들긴 했지만 한직에 머물러 있는 노회신은 호시탐탐 요숭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숭이 열흘간 휴가를 가게 되었다. 그러자 노회신이 그의 일을 대신 맡았다. 그러나 노회신은 중신들이 올린 산더미 같은 서류와 지방 수령들이 보낸 상소문 등을 어떻게 처결할지 몰라 쩔쩔 맸다.

"복잡다단한 일이 어찌 이리 많단 말인가?"

노회신은 밤을 새가며 서류를 검토해 봐도 답이 안 나오자 일사천리로 일 처리하던 요숭의 능력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결국 노회신은 열흘 동안 재상 자리만 지키다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요숭에게 서류를 그대로 넘겨주고 말았다. 대신들이 그 사실을 알고 쑥덕거리다가 노회신을 반식재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회신같이 자격이나 능력이 모자라면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퇴직을 얼마 안 남긴 공직자가 낙하산을 타고 산하기관이나 정부 투자 기관의 임원으로 내려와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며 월급만 축내는 사람이 이에 해당될 터이다.

기업 세계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경영능력이 있건 없건 회장의 자식들은 말할 것 없고, 사돈의 팔촌까지 요직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친인척을 회사의 요직에 앉히거나, 동창생이나 선후배라고 해서 인사에서 우대하는 등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여 능력과 무관하게 정실인사를 자행하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십중팔구는 줄서기 문화가 팽배하고, 적당주의가 똬리를 틀고, 상납관행이 은밀히 조성되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는 연줄에 기대지 않고 오직 일에만 열중하는 사원들은 불공정한 기업문화에 실망한 나머지 그 조직에서 떠날 궁리만 한다는 점이다.

며칠만 지나면 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온다.

도지사, 도의원, 시장, 군수 등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날이다. 후보자들은 시장 뒷골목, 산골 마을까지 찾아가 생면부지(生面不知)인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부탁하느라 마누라 이름조차 잊었을 거 같다.

그런 진지하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면 후보자 모두 지역주민을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할 인물들로서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성실한 일꾼도 많겠지만, 그중에는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으로 선거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허풍쟁이도 있을 것이고, 모리배(謀利輩)로 둔갑할 위인도 섞여 있을지 모른다.

1950년대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났던 일화 한 토막.

회의 중에 꾸벅꾸벅 졸던 한 의원이 시계를 본 뒤 손을 번쩍 치켜 올리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의장, 긴급동의요!"

의원 선서한 이후로 발언 한 번 안 한 조용한(?) 의원인지라 의장은 그에게 무조건 발언권을 주었다.

그러자 그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점심 먹고 회의합시다" 하고 외치는 게 아닌가.

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된 건 물론이고, 한동안 그 의원의 긴급동의(?)가 신문의 가십난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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