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상대(下石上臺)
하석상대(下石上臺)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1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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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하석(下石)이란 아래 돌이라는 뜻이고 상대(上臺)란 위에 집을 짓는다는 말이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쌓는다는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임기응변과 변통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러나 임시변통이 한 번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여러 번 되풀이되면 근본이 흔들리고 만다.

몇 년 전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길거리 판촉을 벌려 소득이 있건 없건, 신용 상태가 좋건 나쁘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신용카드를 마구잡이로 발급해 주었다.

한 사람이 한두 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세 개, 네 개 이상을 발급받아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는 심보로 카드를 흥청망청 긁어댔다.

그 결과 상당수가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현금 서비스를 통하여 부족한 돈을 조달하는 지혜(?)를 터득하였다.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소액의 급전을 융통해 쓰는 데 아주 편리한 제도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자율이 높아 많은 금액을 되풀이 사용하다 보면 원금에 대한 이자에다 이자가 새끼를 쳐 나중에는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사람들 중에 이런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한계점에 이르러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도 꽤나 된다.

요사이 일부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몰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거 같다.

일부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이나 회사채를 막는 데 필요한 돈을 변통할 묘책이 없자 마침내 정부에 지원을 호소한 모양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시적으로 신규 아프트 구입자들에게 취득세와 등록세 그리고 양도세를 면제해 주었다.

그래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이 얼어붙자 이번에 또다시 5000 가구의 아파트를 매입해주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면 그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지게 되어 있다.

종업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하청 업체와 건축자재 등을 납품한 기업들까지 연쇄 부도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회복기에 접어든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건 ?求?

'빚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빚을 내 빚을 갚으며 겨우 겨우 연명하는 일부 기업들의 경영행태를 빗댄 말이다.

그런 기업은 생존 가능성이 암에 걸린 사람이 천수를 누릴 확률보다 낮다는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으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을 시작할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꼼꼼히 챙겨보고 더 나아가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想定)해 보라는 뜻이다.

허허 벌판에 말뚝을 박고 분양 공고만 내면 아파트 청약자들이 돈을 싸들고 우르르 몰려들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 벌던 시절은 끝난 거 같다.

지금은 자금 조달 방식, 아파트 입지, 분양가, 분양 평형 배분, 내부 디자인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주거 트렌드, 친환경 요소까지 사업에 반영해야 하는 시대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각설(却說)하고 하석상대(下石上臺) 방식으로 사업했던 기업이라도 이번 기회에 경영의 패러다임(Paradigm)을 확 뜯어고치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도약의 기틀을 새롭게 다진다면 어찌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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