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 하늘과 맞닿은 땅(5) 예쁜 별, 나는 어떤 존재인가
티벳 - 하늘과 맞닿은 땅(5) 예쁜 별, 나는 어떤 존재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6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모든 길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을 닦는 수행자들의 그럴 듯한 치장일 테고 한갓 범부(凡夫)에게는 아름다운 길이라야 아름다운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티벳을 지나 네팔을 거쳐 '포타라'라는 예쁜 도시로 갑니다.

거기서 현지인 버스를 타든지 지프를 빌리든지 해야 '스리나가르'라는 도시에 갈 수 있습니다.

길은 높고 험해서 겨울에는 끊기기가 일쑤고 여름에도 자주 막히고는 합니다.

더군다나 목적지인 '스리나가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이라서 군인들이 막기도 하고 검문도 심합니다.

인도에서 오래 살던 지인에게 물었더니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언제 포탄이 터질지 모르고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가야 하는 것. 그것이 역마살(驛馬煞) 낀 여행자의 운명이겠지요.

산지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도 이놈 말 다르고 저놈 말 그르지 않으니 도통 버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거금을 들여 작은 지프를 빌려서 그 아름답다는 길을 뚫기로 합니다.

지난 번에 갔던 '차마고도'의 길보다 한결 더 가파른 길입니다. 히말라야 연봉의 산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습니다.

눈 녹은 물은 차갑기가 뼛속까지 아리게 하여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량합니다. 그곳에 유목민이 천막을 치고 삽니다.

차를 세우고 그들이 사는 천막을 들어가 봅니다. 어두컴컴한 천막 안에는 검게 그은 솥단지 하나, 그릇 몇 개 그리고 그들이 껴입은 허름한 옷가지가 전부입니다.

사는 것에는 많은 것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우리네 욕심이 많은 것을 가지게 했을 뿐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허름하고 남루'뿐인 그들이지만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들의 웃음이 우리네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배우게 됩니다.

가는 중에 군인들에게 길이 막혀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겨우 오후 세 시밖에는 안 되었는데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떠나야 한답니다.

잘 곳을 찾으니까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게스트 하우스' 방 한 칸을 빌려 줍니다.

내어주는 담요는 털어도 털어도 먼지가 잦질 않습니다. 담요가 풍화 작용을 일으키는 듯합니다. 더 털기를 포기하고 그냥 자기로 합니다.

라면을 끓여 먹고 동네를 구경합니다. 아주 작은 동네라 금방 한 바퀴 돕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어두워졌습니다. 마을에 정전이 되는 순간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서 별은 잡힐 듯 가깝고 다른 불빛이 없으니 별의 반짝임이 보석보다 더 했습니다. 넋 놓고 서서 목이 아플 때까지 별을 쳐다 봤습니다. 저런 것을 별이라고 하는구나! 별은 저렇게 생겼구나!

해발 3천 미터의 고원에서 보는 별은 더 이상 별이라고 부를 수 없었습니다. 한 무더기의 보석, 그 이상이었습니다.

같은 사물이라고 해도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웁니다.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묻습니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