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술
사막의 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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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한때 외신은 중동 사막 위로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술이 넘쳐흘렀다는 진풍경을 보도한 적이 있다.

아라비아해 연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접경을 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얘기다. 이 나라 역시 아랍 회교 국가답게 국법으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술을 마시려는 회교도는 도처에 많았나보다. 정부 당국은 당시 9개월간이나 계속해서 위스키 등 각종 술을 압수했다. 이렇게 압수된 술이 약 9만여 병이다. 당국은 이를 사막지대 한복판에 던져 폐기 처분을 했다.

폭염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 술을 쏟아 부었으니 오죽할까? 바람이 불라치면 썩은 듯한 술 냄새가 지독하게 퍼졌다. 부근을 지나는 사람들은 술 냄새로 코를 막아야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번은 사막이 아닌 대서양 한복판을 술로 오염시킨(?) 재미난 사례가 있다. 수 년 전 대서양 연안의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 항구에서 17만 병이나 되는 미국산 맥주를 바다에 콸콸 부어버린 일이 있었다.

이것은 라이베리아의 맥주 수입업자가 미국산 맥주를 수입하는 도중, 운이 나쁘게도 하필 그때부터 새로운 주류 관세법의 효력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수입업자는 해당 관청에 자신만 억울하다며, 앞으로 1년간만 면세 또는 감세 혜택을 달라고 사정했지만 헛된 일이었다.

그 업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방대한 양의 맥주를 바다에 쏟아버렸다. 그러고 나서 빈병만 건져 현지 재활용용품 공장에 팔아 버렸다.

이 일로 인하여 몬로비아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이 행여 취하여 기우뚱거리지나 않았는지 궁금하다.

술을 무척 좋아한 사람은 죽어서도 술병을 들고 간다고 한다.

카메룬과 접경지역에 있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콩고에선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술고래였던 마을 추장의 유언에 따라, 그가 생전에 즐겨 마셨던 빈병들을 모아서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쿠웨이트에서는 1966년 금주 법을 실시했다.

실시 당시 1~2개월 사이에 술을 평소 좋아했던 사람들은 술에 대한 그리움으로 프랑스제 수입품인 '오드콜'이란 향수를 마시거나 메틸알코올을 마셔 150명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고 수백여명이 실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술을 마시다 적발이 되면 6개월간 채찍질 형을 받고 밀주나 음주운전은 중형을 선고 받는다. 세관에서는 수입되는 향수병을 일제히 검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술이 그리워 향수나 메틸알코올을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로 인하여 실명하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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