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畵龍點睛)
화룡점정(畵龍點睛)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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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화룡(畵龍)이란 용을 그린다는 뜻이고, 점정(點睛)은 맨 나중에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일을 완성하려면 중요한 부분은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양나라 때의 일이다.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난 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의 벽에 용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절에 공양하러 온 젊은이가 그림을 구경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화가에게 물었다.

"어르신, 용의 그림을 다 그려놓고도 눈동자는 그려 넣지 않는데 무슨 연유인지요?"

"눈동자를 마저 그리면 용이 하늘로 날아올라갈까 걱정돼서 그렇소."

사내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삐쭉거리자 뿔이 난 화가는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고 나자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천둥소리가 하늘을 가르더니 용이 벽을 깬 뒤 구름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게 아닌가.

작년 말에 애플사의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는 스마트 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이동통신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물론 스마트 폰 시장이 포화된 기존 이동통신 시장의 블루오션이며 신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과 가입자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4400만 이동통신 가입자 중 스마트 폰 사용자는 현재 130만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스마트 폰 사용자들이 증가할 건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가입자들은 인터넷이나 application (응용프로그램) 활용보다는 음성 통화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통화품질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을 벌이다 당국에 적발돼 고발당하고 과태료를 물었다. 그 이동통신사들은 당국에서 3G(3세대)의 통화품질을 조사하여 소비자들에게 공표하겠다니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불법 무선국을 설치하여 운영하다 들통이 난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통신사들이 중계기를 설치하는 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했더라면 통화품질 평가에 목매어 불법으로 중계기를 운영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해마다 수조 원을 쓰고 있다.

그로 인해 통신사를 이리 저리 옮기면서 멀쩡한 휴대폰을 버리고 신형 모델로 바꾸는 '메뚜기족'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싼 휴대폰보다는 이동통신의 핵심가치인 통화품질이다.

따라서 우수한 통화품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파 사각지대인 음영지역을 최대한 없애는 게 중요하다.

대형 건물이나 산간, 오지 마을까지 전파 중계기를 촘촘히 설치해서 통화에 지장을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상품에는 핵심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예로 들면 세탁기는 옷을 깨끗하게 빠는 기능이 그 제품의 핵심가치이다.

전기 소모가 적고, 다자인이 세련되고, 소음이 작게 나는 등 기타 기능은 부가 가치일 뿐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

다리와 머리, 그리고 꼬리를 아무리 잘 그렸어도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으면 용의 그림에 생동감이 없듯이 어떤 상품이던 본래의 핵심 가치에 충실하지 않으면 불만을 키워 마침내 고객한테 철저히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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