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자습과 경운기
야간자습과 경운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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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명철 <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율학습은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 외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규수업 시작 전과 정규수업 후에 이루어지는 야간자율학습으로 운영한다.

자습이므로, 보충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와는 달리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지는 않고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해나간다.

그리고 원칙은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시행하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비자율적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아 '강제적 자율학습'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수년 전 교육부에서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금지하도록 하였으나, 많은 학교에서는 전혀 자율적이지 않은 자율학습이 계속 시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효과 면에서도 이른 아침과 심야에 하는 자율학습은 학생들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며, 장기적으로는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 학업성취도 평가와 고교 입시제도의 부활에 따라 중학교와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자율학습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전국 단위에서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교와 학생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 경운기 소음으로 밤이면 밤마다 온 마을 사람들의 단잠을 깨웠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을 시내 고등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시골 중학교 아이들을 밤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 적이 있다. 시골이라 변변한 공부방조차 없던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 것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모아놓고 자습만 시킨 것이 아니라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며 생활하던 동료 교사들과 함께 부진아들을 위한 야간 특별 수업까지 무료로 실시하였다.

아이들도 자신의 꿈과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런데 지금처럼 승용차나 승합차도 없던 시절에 공부도 중요하지만 밤 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방법이 문제였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강 건너 마을 인경이 아버님께서 학교로 찾아오셨다. 당신께서 직접 경운기로 그 마을의 아이들을 태우러 오시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생님들께서 수고가 매우 많으시다'면서 저녁을 대접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 후 아이들은 경운기를 타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고, 선생님들은 한마음으로 아이들의 실력 향상에 노력할 수 있었다.

경운기로 학생들을 귀가시킨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시골 면 단위 마을전체에 퍼졌고, 순번을 짜서 마을마다 경운기 부대(?)가 동원이 되었다.

이 마을 저 마을에서 경운기들이 학교를 향하여 달려오면 아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신나게 귀가를 하였다. 요란한 경운기 소리가 온 마을을 뒤덮고 경운기에 탄 아이들은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이 카퍼레이드를 벌리는 것처럼,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들면서 귀가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그때 경운기를 타고 손을 흔들던 시골 중학생들이 멋진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나는 그때 분명히 보았다. 멋진 오픈카를 탄 제자들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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