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 하늘과 맞닿은 땅(3) 오체투지 - 무엇을 열망하는가
티벳 - 하늘과 맞닿은 땅(3) 오체투지 - 무엇을 열망하는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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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티벳의 땅은 넓습니다. 수도 '라싸'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밤 하루 낮을 가도 아직 티벳 땅입니다. 거기서부터 수도 '라싸'까지 오체투지를 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모르나 행색은 초라하고 이마에는 굵은 혹이 돋았습니다.

송판으로 만든 장갑은 너덜너덜하고 앞치마로 덧댄 가죽은 몇 번이나 갈았는지 모릅니다. 추운 날씨에도 그들의 온몸에는 열기가 솟고 굶주렸음에도 광채가 돕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삶이 무엇이고 열망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소망하는가. 소망하는 것은 이루어지는가.

옳음과 믿음은 무엇인가를 묻게 되지만 그분들을 보는 순간 그 모든 물음은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분들이 지극으로 내뿜는 영혼의 분출이 어떤 질문이나 비난, 혹은 감탄도 멈추게 합니다. 오로지 그분들이 지극하게 뿜어내는 영혼의 향기만 맡게 될 뿐입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최종 종착지는 달라이 라마가 살았다는 '포탈라 궁'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조캉 사원'이라는 곳입니다.

그들이 사원 앞을 들어서면서 뿜어내는 환희가 전이 되면서 전율하게 됩니다.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서 오체투지로 향했을 목적지가 바로 앞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채워지는 황홀에 온몸의 기가 솟구쳐 전력의 힘으로 조캉 사원 앞을 오체투지로 밀고 나갑니다. 그들이 뿜는 전율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솟구칩니다.

그들은 그곳에 도착해서 열정이 가실 때까지 오체투지로 몸과 영혼을 달랩니다.

그리고 쉬고 있습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그들의 허기진 육신을 채워줄 '야크 육포'를 보시하고 빈 속을 ?賤?'수유차'를 가져다 줍니다.

먼 곳을 고행으로 찾아 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바치는 성스러운 공양입니다.

저 앞에서는 어떤 종교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오직 한 영혼의 순결한 열정에 대한 숭고한 외경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때 옆에서 한국말이 들립니다.

"저놈들 저거 미친 것 아냐"

농담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 본 그 사람에게 혐오감을 느낍니다.

순결함을 '미침'으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미친놈 아니야'라는 단호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자 정말 '미친 듯이' 그 사람이 싫어집니다.

우리는 언제 무엇을 향해 순수한 열정과 열망을 바쳐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합니다.

단 한순간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연탄재 한 장의 뜨거움'도 가져 보지 못한 우리가 어찌 저런 순결한 열정을 흉 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채울 것은 안락하고 풍요로운 보석이 아니라 소박하고 초라하나 진심으로 쌓는 마음이라 했습니다.

해발 삼천 미터의 티벳 고원에서 눈물이나 흘리고 있으면 뭐하누! 누구의 영혼 하나도 채우지 못할진대.

그 눈물이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허망함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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