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부끄러움의 또다른 이름
'편견' 부끄러움의 또다른 이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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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도담학원장>

여덟 살이 되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유치원을 1년 더 다니기로 한 조카가 있다. 한글도 모르고, 키도 작고 세 살 된 남동생을 따라 하는 조카를 늘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본다.

발달장애 3급이라는 진단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놀이치료를 받는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대개 그렇듯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죽는 것이 평생소원이다."라며 아이의 불안한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은 장애아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입에 올렸던 말이다. 아이를 맡아 줄 곳이 마땅치 않아 이곳저곳에 문의를 해보지만, 시간과 거리가 맞지 않아 결국 일반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보낸다.

평소 가까운 지인이 술좌석에서 둘째 녀석이 자폐아라며 전국에 용하다는 병원과 약은 다 먹여 봤다며 한숨을 짓는 것도 보고, 외동딸이 장애판정을 받아 우울증에 걸려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부인도 보았다. 돌아보면 주위에 장애아를 두고 속을 끓이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힘든 시기를 알고 지낸 지 한참이 지나서야 털어놓은 부모의 심정이 안타깝다.

30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자체에서 각종 기념식과 다양한 장애인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연례행사처럼 도식화된 행사에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내총생산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이어 두 번째로 낮다는 소식은 장애인 복지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과 입장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장애인 복지 예산이 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0.1%를 넘지 않아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을 둔 가정의 이혼율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3배가 높다는 사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많은 부분을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장애인 가족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정부가 장애인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장애인 가족 지원 법안을 통해 의무적으로 장애인가족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 가정이 보호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성년 후견인제도를 통해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아 시설에 버려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부모의 재산 상속을 통한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예산을 절감하고 부모의 복지 참여를 통한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2009년 말 등록된 장애인은 242만 명으로 매년 11%씩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음에도 정부의 고용률은 1.76%, 민간부문은 1.72%로 의무 고용률 2%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침체로 일반인들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을 가늠해 본다면 장애인의 실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장애인 복지 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의 기준이 된다.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각종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둔 가정이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져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냉대를 받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 여덟 살 어린 조카가 어른이 되고, 더 지나 부모의 사후에도 차별과 편견을 받지 않고 나름의 일을 찾아 행복한 미소를 지니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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