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의 아우라와 지방선거
예술 작품의 아우라와 지방선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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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기획가>

만화쟁이 친구 김문환이 죽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어느 아침 세수하다 쓰러져 창졸지간에 영면한 그 친구에게 나는 시를 한 편 바쳤다.

김문환에게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이문세의 독백.

그 기막힌 살아감이 절절할 때쯤

나는 이미 보수가 되어 있다

강산이 서너 번 바뀌는 굴레에서도

늘 묀┎었던 모든 친숙한 것들과 헤어짐을

망설이는 사이

은행잎은 하염없이 무너지고

희미해진 가을

기억의 끝자락에서 나는 서성거린다.

언제였을까 우리가 나누었던

맑은 정신에도

세상 혼미해지던 사이

새벽빛을 뚫는 흔쾌한 웃음이

나를 설레게 했던 추억

그 추억 아픔으로 무뎌지는 일상에서

그대의 가슴

새도록 하염없이 무너지리니

그리하여 그림으로만 남은

그대의 하얀 손, 우리 억장에 담겨

사랑을 노래하게 하나니.

가고 없는 이에 대한 설움은 오롯이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다만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보수'가 되고 있는 습속이 서글프다.

나에게 보수는 생각의 정치됨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대척점에 있는 진보와의 차이는 별반 의미가 없고, 그저 현상에 안주하려는 습속이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려는 생각을 방해하느냐 아니면 그로부터 자유롭게 도전하느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진품 그림은 복사본이나 사진 도판과는 분명 다른 감흥이 있다. 그런 감흥을 '아우라'라고 하는데,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위압감 내지는 저절로 소름이 솟아오르는 감동 정도로 옮겨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진품 그림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우라'는 대개 '마띠에르'라는 프랑스어 표현에 의존하는데 이 역시 '질감'이라는 우리말 직역으로는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혼신을 다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손짓이 섬세한 붓 자국으로 남아 있는 '마띠에르'를 느끼는 일은 그 자체가 희열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치열한 창작 혼을 발견하는 또 다른 기쁨일 것이다.

그 안에는 작가의 진정성이 있으며, 그 진정성이 결국 작품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를 통해 관찰자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6월 2일로 예정돼 있는 지방선거에 대한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천안함 참사에 숙연했던 국민의 마음이 여러 가지 원인모를 이유로 믿음이 생기지 못하고 있음에도 출마자들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분명한 것은 그런 후보자들의 초조함과는 달리 선거는 시민이 주권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기초의회 의원은 물론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선출해야 하는 이번 선거는 투표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후보들의 진정성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에게 믿음을 주면서 시민의 대표로 인정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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