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그 이후를 예감하라
현재, 그 이후를 예감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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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허건행 <전교조충북지부 부지부장>

"날씨가 참 희한하다"고 동네 할머니들이 말씀하신다. 누군들 그런 이야기 하지 않으랴. 올해는 날씨까지 유별나다고. 요즘 세상소식 듣는 것이 답답하다. 무겁다. 저 산 저 들에 진달래, 개나리가 피어도 올해는 생채기를 덧 건드리는 듯 아릿하게 슬프다.

지난 겨울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지음) 을 읽으며 느꼈던 등골시린 싸늘함과 가슴 섬뜩함을 이 봄에 다시 느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 인간이 인간에 대한 맹목적 잔혹행위가 책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상식을 잃어버린 시대의 창에 유령처럼 서린 군사문화의 부활 조짐과 소통부재의 파시즘 징후. 그 병적 현상의 예후에 대한 큰 불안감 때문일까. 개인적인 감정과 감상이길 간절히 바라지만 극단적 경쟁과 서열주의, 그로 인한 사회의 분열, 양극화 현상이 사회전반을 지배한다는 진단이 있는 한 단순한 개인적 감상이 아닐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건강한 노동의 대가가 무시되고 자본이 주는 시혜를 강요받는 시대. 물신의 시대.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돼지로 갈라놓고 백성을 우롱하는 시대, 소크라테스가 통곡하는 시대. 돈 이외의 다른 가치는 놓아버리라고 서로에게 설득하는 시대. 성공신화에 길들여져 있는 사회.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교육정책의 수립과 권력의 특성이 교육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사회. 학교에 교육은 없고 경쟁과 서열, 점수만 난무하고 돈으로 교육을 사고파는 상행위가 버젓이 일어나도 당연한 사회. 무릇, 이런 시대와 사회를 경계해야 한다면 진정 보수이셨던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생명의 물줄기로 사회를 관통하는 강물이 되어야겠다. 목마름으로 와 닿는 선생의 말씀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다. 문화의 힘으로 사회를 지탱하라는 말씀이다. 아름다움이란, 문화란 야만과 배척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교육은 자리이타의 삶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말씀의 울림과 퍼지는 말씀의 향기에 충실한 것이 교육의 본령을 짚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서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청과 학교 정문에 전국학업성취도평가 1위 축하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교언영색도 이쯤이면 코미디다. 고로 현수막을 보고 칭찬하는 다중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제고사와 1등이라는 허구가 갖는 배경과 그늘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교육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1위가 갖는 우월감 뒤의 초조함과 꼴찌가 갖는 열패감이 학교를 눈 먼 장님으로 만들어 모험적인 비교육적 행위가 쓰나미처럼 밀려 올 것이다. 실제로 학교는 일제고사가 갖는 해악을 지금 차고 넘치도록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 문화가 고갈되고 있다. 화덕에 불기운이 사라지듯 사람의 기운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이루는 문화, 문화의 힘으로 상생하자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직 경쟁과 효율이 최선, 최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물신 중심적이고 감성과 영혼이 없다. 일제고사 이후 1년, 지금도 상황이 이러할진데 하물며 앞으로 다가 올 교육시장화 정책의 완성 이후에 있어서랴. 이후 무엇을 예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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