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한마디… 제자 인생 바꾼다
격려의 한마디… 제자 인생 바꾼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0.04.14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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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스승의 말''

소설가 전상국 

어휘력이 형편없는 놈"-악의성 장담… 문학 경외심 갖게해

동양화가 김병종

-"화가가 되면 잘될거다" 재능 발견 칭찬… 삶의 좌표돼

배우 최불암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해라" 연출 공부서 연기자 인생 전환

통역사 최정화-

"처음부터 완벽은 욕심" 佛서 박사학위 준비때 용기얻어

가 갸 거 겨' 한글을 떼지 못한 제자를 앉혀놓고 수십번 읽게했던 스승의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는 말이 옛말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성공한 명사들 뒤에는 늘 큰 그늘과도 같은 스승이 있었다. 단지 말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어린 제자에겐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등대와도 같은 좌표가 된 셈이다. 소설가로 화가로 교수로 배우로 명성을 쌓은 이들이 기억하는 스승의 조언을 옮겨 봤다.

◇ 소설가 전상국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당시 졸업 기념으로 유행하던 낙서지를 아이들끼리 주고받다가 체육 선생님에게 걸려 벌을 받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선생님께 '걔, 이 다음에 문학가가 될 거래요'하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이 대꾸하기를 '문학가 얘가 그런 거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고 했다. 또 춘천고 2학년 때 문예반 선생님은 숙제로 해 간 전씨의 글을 보고 몇 개의 낱말과 문장에 밑줄 친 것을 보여주며 '어휘력이 형편없는 놈이 뭔 글을 쓴다고 그래 문장은 더 엉망이야. 문맥이 안 통하는 비문을 썼잖아.'라고 말했다. 두 선생님의 말에 전씨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중학교 때 선생님의 악의성 장담은 당시 문학이 뭔지 잘 모르던 그에게 문학 혹은 문학가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은 그가 작가가 되는 노력을 하게 해주었던 것임을 알게 됐다.

◇ 동양화가 김병종

'너는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이 다음에 화가가 되면 잘될 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문자 교사는 그의 재능을 일찍이 발견해 준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던 시절 정 교사의 말은 삶의 좌표가 됐다. 당시 조언자가 없는 시골에서 예술 분야를 강력히 추천해준 선생님의 안목과 사랑은 서울대 미술대 교수가 된 그에게 정신적 지주로 작용했다.

◇ 탤런트 최불암

그가 노인역을 전문적으로 맡기 시작한 것은 서라벌예술대학 재학 시절 은사인 이광래 교수의 한마디 때문이다. 그는 대학 시절 연출을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연기자의 조건은 지금과는 달라서 신성일처럼 잘생겨야만 했다. 하루는 창작극의 연출을 맡아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극중 할아버지 배역을 맡은 친구의 연기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연출을 하고 있던 최씨가 연기 시범을 보였는데, 그것을 지켜보던 이 교수는 '네가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해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 그는 연출자 최불암이 아닌 국민배우로 불릴 수 있었다.

◇ 동시통역사 최정화 교수

고비 때마다 프랑스 파리 제3대학 유학 시절, 만난 다니카 셀레스코비치 선생님의 격려의 말 한마디를 기억한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최 교수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논문 발표를 미루고만 있었다. 그때 셀레스코비치 교수는 '너의 논문은 이미 무르익어 발표해도 괜찮다. 현명한 사람은 항상 끝맺음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후 한·불 정상회담 전담통역사가 됐는데, 그 때문에 그를 질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을 안 셀레스코비치 교수는 그에게 '그만큼 네가 성공했다는 것이라 생각하고 항상 의연하게 묵묵히 길을 가라. 진실은 시간이 가면 밝혀진다.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마라'라고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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