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남석교 법수를 찾아서
다시 남석교 법수를 찾아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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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꼭 1년 전, 이 지면을 통해 난간의 귀퉁이에 세운 기둥머리인 법수(法首) 얘기를 했었습니다. '남석교 법수의 행방'이라는 글에서 "남석교 석조난간의 법수는 암·수 한 쌍씩 짝을 이루고 있는데, 1951년 어떤 연유에서인지 동공원에 있던 것은 우암산 용암사로 옮겨졌고, 도지사 관사로 옮겼던 한 쌍은 충북대학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한 점만, 그것도 머리부분이 파손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짝을 이루고 있던 하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라면서 남석교 법수의 행방과 보존 관리에 대해 말씀을 드린 이후, 법수의 행방에 변동이 있었습니다. 용암사에 있던 법수 한 쌍은 비로자나불좌상과 함께 청주대학교가 사들여 이 대학 박물관 앞에 옮겨 놓았습니다. 용암사가 폐사되면서 자칫 귀중한 문화재가 어찌될지 모를 상황에서 청주대가 돈을 들여 사들인 것은 참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남석교 법수 두 쌍 네 개가 한군데 있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청주의 양대 대학의 박물관이 나누어 소장케 됐으니 그나마 다행스럽고 그런대로 의미도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충북대학교 박물관에 자료를 구하러 갔던 길에 법수의 안부를 살피고자 하였으나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충북대학교박물관 야외전시장 석조유물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던 끝에 약학대학 쪽 수풀더미 속에 절반이나 땅속에 묻힌 법수가 나무들에 가려서 초라하게 처박혀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머리부분이 떨어져 나간 자국이 가장자리를 제외한 속살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왈칵 눈물이 솟았습니다. 어쩌다가 고려견상(高麗犬像) 남석교 법수의 신세가 이 모양이 되었는가!

문득 "남석교를 살려내라 했더니 법수조차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느냐!"는 석암 이세근 선생의 질책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생전에 "땅속에 파묻힌 남석교를 살려내려고 도백이 바뀔 때마다 말해 봤지만, 다 소용이 없었네. 이제 내 생전에 남석교를 보기는 글렀으나 언젠가는 자네들이 꼭 이뤄 주게" 당부하시던 선생께 면목이 없습니다.

충북대학교박물관 야외전시장은 충북지역의 거점국립대학답게 퍽 널찍하고, 잔디가 잘 가꿔져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다양한 석조유물들을 배열해 놓아 보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어쩐 연유에서 남석교 법수만 그 널따란 야외전시장을 두고도 한구석 수풀더미에 내팽개쳐져 쑤셔 박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석조물들은 근사한 명패에 설명문까지 적혀 있는데 말입니다. 만약 충북대학교측이 남석교 법수에 대해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것을 다른 곳에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청주대학교박물관은 학교당국을 설득하여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남석교 법수를 사들여 자랑스레 보존하고 있으니, 법수의 진가를 인정하고 아끼는 곳에서 소장 보존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사족 하나 더. 평평하니 널따란 고인돌을 평상으로 아는지, 그 위에서 삼겹살 소주파티 좀 그만하고, 휴일마다 온 동네 애완견 다 모여서 야외전시장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당부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끝으로, 일회성 문화행사에는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 붓는 자치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정문화재가 아니란 이유로 남석교 법수를 외면하고 있는 문화재전문가, 담당자들도 곰곰 생각해 보기를 간곡히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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