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거짓말
위대한 거짓말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4.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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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미국 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의 헌병 출신으로 6·25 전쟁에 참전해 '제25보병 사단'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했던 '윌리엄 위어(WILLIAM WEIR)'는 자신의 저서 '위대한 거짓말'을 통해 때론 악하고 때론 순수한 목적으로 주인공의 영광을 기리거나 상대를 폄하하곤 했던 역사 속의 거짓과 오류 중 몇 가지의 예를 통해 역사속의 거짓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진실을 감춘 왜곡여부에 따라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묵시적 허용을 얻는가 하면 권력자나 기록자의 의도에 따라 '위대한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한 예로 바스티유 감옥을 든다. 프랑스 혁명 당시 지하감옥 바스티유. 우리가 알고 있는 바스티유 감옥은 어둡고 축축하며 끔찍한 고문이 낭자한 최악의 감옥이다. 폭정을 휘두른 루이 16세가 숱한 억울한 시민을 가뒀던 곳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 바스티유는 18세기 여느 감옥과 비교하면 꽤 지내기 편안한 감옥이었다. 1789년 7월 14일 습격 당시도 수감자는 7명뿐이었다는 것.

윌리엄 위너는 이같은 예를 들면서 "역사의 승자가 권좌를 지키려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또 기록자들이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역사에 거짓이 생겨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거짓을 폭로해 역사적 기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는 각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과 그들의 동기, 그리고 그 거짓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과연 무엇인지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대한 거짓말'의 원제는 'History's Greatest Lies'이다. 직역하면 '역사 속의 위대한 거짓말'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거짓말이지만 위대하다. 권력자나 기록자의 의도에 따라 '거짓말'이지만 '위대한 거짓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거짓말이라고 해도 뜻은 통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거정국이다. 사상 최대의 후보자가 나온 1인 8표제 지방선거다.

예를 들어보자. A 후보가 "나는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개 타고 말 장사했다"라고 유권자들을 현혹했다. 그러자 B 상대후보는 "어떻게 말보다 느린 개를 타고 말 장사를 할 수 있느냐"며 게거품을 문다. 그러나 A후보가 당선되고 권좌에 앉으면 '개 타고 말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권력자가 왜곡하는 역사는 지금까지도 한동안 통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너무 비약한 예지만 그럴 수 있다. 권력자가 역사를 거짓으로 기술하면 후대에는 그것이 역사가 될 수 있다. 후대에 그 역사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물론 어느 훌륭한 역사가에 의해서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전자가 역사다.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혐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을 놓고 한 전 총리 본인과 민주당, 그리고 진보세력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로 진실을 확인해 준 것이며, 진실은 승리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여권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일국의 재상을 지낸 인물이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도덕적 하자가 드러났고, 추가 의혹도 불거졌다며 재판결과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검찰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도, 법원의 판결도 역사며, 기록이다.

진실을 말한다는 한명숙 전 총리와 진실을 밝히겠다는 검찰.

어떤 의도에 의해 진실이 감춰져있다면 '위대한 거짓말'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은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제2의 '윌리엄 위어'는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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