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술
영화 속의 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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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서양의 영화를 보노라면 술 마시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서부 영화나 유럽의 영화일수록 많은데, 작게는 몇 장면에서 많게는 전편에 술 마시는 장면이 눅눅히 나온다.

미국의 개척시대 서부 영화는 평원을 가르며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평선 끝에는 통나무로 지은 허름한 주막이 보인다. 오크통에서 바텐더가 칵테일 해주는 잔을 받아 홀짝 비우고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건맨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또 고풍스러운 유럽식 실내장식의 우아한 술집의 한 장면도 나온다. 선정적인 금발의 미인과 까만 나비넥타이의 중년 신사가 정답게 마주앉아 위스키를 마신다.

서양의 양주나 칵테일은 어느 장소에서나 간편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그런 탓에 여행 중에, 집 안에서, 사무실에서, 바에서 쉽게 마신다. 은은한 색채의 양주에 노란 식물성의 레몬을 띄운다. 형형색색의 특이한 모양의 글라스에 술을 담아 파란 눈, 금발의 미인과 중년 신사가 벌이는 장면은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사교는 술 이상의 인생 예술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이러한 면모는 우리나라 민속주를 담그는 복잡한 과정이나 정성이 깃든 두레상과는 다른 풍습이다.

'술과 장미의 나날들'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부부가 알코올 중독자로 나온다. 광고 대리점에 근무하는 남편 잭레몬이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아내 리·레미크에게 자주 알렉산더라는 술을 권한다. 맛은 달지만 독한 술이다. 입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기 때문에 아내는 쉽게 술에 중독되어 간다. 이 영화를 위해서 헨리 맨씨가 작곡한 주제곡 'The Days of Wine and Roses'란 노래는 당시 크게 유행을 했다.

영화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 줍니다'에서는 생활 때문에 실의에 빠진 주인공 잭·레몬이 이 술집에서 마티니란 술을 주문한다. 이때 술을 마시기 전 이쑤시개에 꽂은 올리브가 늘어나 부채꼴 모양이 펼쳐진다. 그것은 잭·레몬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셨다는 연출로 인상에 깊이 남는 영화였다.

'미스터 로버트'란 영화는 전쟁의 와중에서 군함 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한 군의관이 사용하는 약용 알코올을 베이스로 죠니 워커와 같은 색깔과 맛과 향기를 가진 것을 만든다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칵테일 방법은 코카콜라로 색깔을 깔고, 요오드징크로 맛을 내고, 헤어 토닉으로 향기를 빚는다.

영화 '폭풍속의 청춘'에서는 뮤지컬 카바레의 원작인 무대극을 영화한 것이다. 라이저 미셸의 역을 쥴리 해릭스가 분하는데 그녀가 샴페인을 자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위스키에 맥주를 혼합한 보일러 메이커를 중년의 신사와 수시로 대작한다. 이 술은 '에어포트 75'란 영화에서 여배우 마나로이가 중년의 알코올 중독자로 등장하여 마신다. 영화 '브라니건'에서는 존 웨인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힘내라 베이즈'에서 월터 매소가 늘 버드와이저의 캔 맥주를 마시는데 캔 맥주의 일부를 쏟아내고 그 위에 위스키를 칵테일 해서 마신다.

영화 '키스를 해 주세요'에서는 딘 마틴이 가수로 나오는데 술집에서 칸티를 마신 뒤 다른 술집으로 가서 버번을 주문하니까 잭 다니엘이 나온다. 그래서 잭 다니엘을 들고 여자의 집으로 가서 두 개의 글라스에 잭 다니엘을 붓고 수돗물을 섞는다. 이것이 버번의 칵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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