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설 민심
세종시와 설 민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2.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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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중국 사상가 순자(荀子)는 민심의 흐름을 재주복주(載舟覆舟)로 일컬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는 고사성어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의미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라고 할 만하다.

설이나 추석의 민심은 정치인들에게 놓칠 수 없는 관심사이다. 가장 다정한 자리에서 가장 정직하게 뿜어져 나오는 정담(情談), 그 끝에라도 자신들의 이름 석자를 올리고 싶고 한순간이나마 자당(自黨)의 정책이 언급되고 싶은 것이다. 여권 주류가 세종시 여론몰이의 최대 피크시즌을 설 연휴로 잡고, 설 연휴를 계기로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등 친(親)서민행보를 강화하려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이런 민심의 풍향계가 될 설 연휴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3일밖에 안되는 짧은 연휴지만 세종시 민심을 잡으려는 정치권의'러브콜'은 뜨겁다. 정치권의 눈은 오직 설 연휴에만 박혀 있다.

여권 주류로선 사실상 설 민심이 마지막 보루다. 3월 초 세종시법 개정안 국회 제출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설 대목 말곤 민심 반전을 기대할 전환점이 없다. 수정안이 발표된 지 1달이 지나도록 충청 민심이 바뀌지 않자 친이계를 중심으로 국민투표 실시 등 출구전략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 지도부는 막판까지 충청 민심 설득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다. 연휴를 맞아 수도권 민심이 충청지역으로 내려가면 충청 민심도 흔들리지 않겠냐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충청 민심만 돌아서면 국회에서도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야당과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를 압박할 수 있다.

친이계는 "수도권에서 설 연휴 동안 귀향해 충청 주민들을 만나면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업도시가 장기적으로 충청도를 위해 맞지 않겠느냐는 뜻이 전달될 것"이란 진단이다. 일종의 "충청도 밖에 사는 충청인들이 고향에 가서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선택을 하라고 설득할 것"이란 설득론이다.

그 점에서 최근 군인은 물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세종시 수정 정신교육은 주목된다. 설득전의 포인트도 수정안이 안되면 원안은 물론 기업도시도 무산된다는 현실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종시'라는 거대 이슈에 가려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실종됐다.

지방자치라는 진정한 의미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세종시라는 괴물이 나타나 중앙권력에 더 강한 힘을 부여하며 잠자던() 지역이기주의를 깨우고 있다.

더욱이 올해 지방선거는 1인 8표제로 실시된다. 워낙 복잡한 선거라서 유권자들의 혼란도 만만치 않다.

설 차례상 대화는 우리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가장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하기 힘들게 됐다. 세종시를 둘러싼 대치가 최고 권력자들 사이에 '강도론'까지 불거지면서 정점을 향해가는 듯하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세종시 문제가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방권력을 뽑는 지방선거가 태생이 불분명한 세종시라는 괴물에 의해 삼켜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런 식으로 가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지방시대는 4년 또 늦어질 것이다. 지역의 요구와 기대가 반영되지 못하고 중앙권력에 의해 선거가 또 좌지우지 된다면 진정 지역정치 발전은 무의미해진다.

그렇게 되면 공존의 원칙은 무너지고 지역의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의 선거판으로 변질될 것이다. 올 설연휴에는 세종시 말고 우리지역 일꾼이 될 사람들이 누군지도 진지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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