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자유와 인권의 대명사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간 투옥됐을 때 18년을 이곳에서 지냈다.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7면에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 중 한곳인 로벤 아일랜드섬에 토끼 떼가 들끓어 퇴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끼들이 크게 숫자가 증가하면서 역사유적지 등에 출몰하고 식물을 갉아먹어 섬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어 골치가 되고 있다.
토끼 퇴치를 위해 당국은 보다 공격적인 섬멸작전을 펴고 있다. 야간에 토끼 사냥꾼이 총으로 포획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곳은 총을 쏘기엔 적합지 않은 리조트이다. 게다가 1990년 만델라 전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인권의 상징이 된 곳이기 때문에 비록 토끼일망정 마구잡이 살육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잔학행위방지기구의 앨런 페린스 회장조차 동의할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그는 “아무도 이 섬에서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토끼들이 세계문화예산으로 등재된 건물의 바닥까지 굴을 파고 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야간 사냥은 쉽지 않다. 그런만큼 사냥꾼들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다. 토끼사냥꾼 크리스 윌크 씨는 한시간에 25마리꼴로 잡는다.
지난해 10월중순 이후 이렇게 잡은 토끼들은 5300마리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78마리의 사슴과 38마리의 야생고양이들도 덩달아 희생됐다. 아직 섬에는 8000마리 정도의 토끼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 밤 두명의 토끼 사냥꾼은 두꺼운 바퀴의 자전거를 끌고 빛을 밝히며 섬은 누빈다. 토끼를 발견하면 22구경 소총으로 머리를 조준해 방아쇠를 당긴다.
윌크 씨는 “토끼를 사냥하는게 재미있다고 말 못하겠다. 하지만 토끼사냥이 좋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끼가 이 섬에 살기 시작한 것은 3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의 정복자들이 고기를 조달하기 위해 키운 토끼들은 암컷이 생후 석달이 되면 임신이 가능하고 1년에 여섯차례 각 8마리의 새끼들을 낳을만큼 엄청난 번식률을 자랑한다.
수백년동안 로벤 아일랜드에서 사람들은 고기로 먹거나 스포츠 사냥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토끼의 번식을 제한했다. 이곳에 감옥이 있을 때에도 야간에 경비원들이 총으로 토끼를 잡곤 했다.
그러나 감옥이 폐쇄되면서 사냥이 중단됐다. 토끼들로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결국 토끼는 무섭게 불어났다. 먹을게 부족해졌고 굶어 죽는 토끼들도 나타났다.
토끼들에 대한 대책이 강구됐다. 우선 토끼들을 본토로 옮기는 방안이 강구됐지만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로벤 아일랜드처럼 본토에서 토끼가 퍼질 경우 재난이 될 것이 뻔했다.
대안으로 덫을 놓아 잡아서 고통없이 죽이는 방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토끼들을 덫으로 사냥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토끼들을 안락사시킬 때 겁먹은듯한 토끼들의 표정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총으로 쏘는 게 낫다는 점이 지적됐다.
총으로 토끼를 잡는 방법이 몇몇 동물보호단체 인사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지만 반대의 강도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물론 강력한 반대의 의견도 존재한다. 시실리 블럼버그 씨는 “로벤 아일랜드는 성스런 곳이다. 이곳을 죽음의 땅으로 바꾸는 것은 불명예스럽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토끼사냥에 대한 반대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당국은 토끼고기를 빈곤계층에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토끼고기가 흔해지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다.
현재 토끼고기는 로벤 아일랜드의 냉동창고에 계속 쌓이고 있다. 아마도 이 토끼고기들은 남아공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치타들을 위한 먹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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