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
세종시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1.14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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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하이닉스반도체 김종갑 사장이 지난주 청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어졌던 긴축경영을 탈피하고, 청주에 시설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면서 세계반도체 업계간 치열하게 전개됐던 '치킨게임' 이야기가 나왔다.

하이닉스는 사실상 이 싸움의 승자다. 대만과 유럽등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이고, 많이 따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사장은 치킨게임을 반도체산업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즉 반도체산업은 확실한 전망과 분석을 통해 이뤄지는 게임이지, 막다른 길에서 앞만보고 달려드는 단순한 치킨게임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치킨게임이 요즘 정치권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세종시의 '원안(原案)과 신안(新案)'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 치킨게임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원안보다 신안이 낫다'는 논리를 갖고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여론설득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행정도시 원안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잇따라 갖는등 장외투쟁에 뛰어들었다. 14일에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남에 총출동했고, 13일은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주를 방문해 지역 민심잡기에 주력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또 '세종시 수정논의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는 토론회를 열어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북비대위와 민주당 선진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은 청주 성안길에서 '행정도시원안사수 및 이명박정부 규탄 충북도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강래 원내대표까지 내려왔고 삭발식도 열렸다.

여론전(與論戰)이 본격화 된 것이다.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벌어지는 이런 팽팽한 분위기는 당분간 충청권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언론들의 여론조사 발표도 넘쳐난다. 상당수가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가 몰고온 사태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고생하게 됐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보면 더욱 답답하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오히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각자의 정당성만 주장한 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에 대한 비난과 공세만 연일 쏟아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과반 의석수·과반 찬성'을 위해 50~60명으로 추산되는 친박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가운데 친이-친박간 계파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장기화될 우려도 크다.

친이계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두고 "정치논리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힌 가운데 친박계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는 "플러스알파(+α)만 하고 원안은 다 빠진 것"이라며 "국민한테 한 약속 지키라는 건데 그렇게 말 뜻을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문건까지 등장했다. 수정안에 대한 대화와 타협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선 자기의 부족함을 깨닫고 양보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나라든 다 갈등은 존재한다. 권력을 가졌다고 항상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면 민주주의는 한발짝도 못나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양쪽 모두 국민이라는 승객을 가득 태우고 일방통행길에서 서로 마주보고 달려오는 버스 운전기사 같다. 각각 양쪽 버스에 탄 국민들로서는 불안한 마음 가실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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