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희석용이 되어버린 일자리 창출
여론 희석용이 되어버린 일자리 창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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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연말을 거치면서 여기저기서 감원과 명퇴 바람이 일었다. 사기업은 물론이고, 안전지대라고 믿었던 공공 기관까지 많은 직장인들이 자의반 타의반 자리를 물러나야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이야 경제 악화로 인한 칼날임을 삼척동자도 인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각 분야마다 어려우니 연초임에도 섣부른 임금 협상은 엄두도 못낼 판이다. 더구나 긴축을 내세워 가장 먼저 일자리부터 줄이는 현실이고 보면, 바람 앞에 촛불같은 현대인의 자화상 같아 씁쓸하다.

급랭전선의 경제 여파는 연령을 막론하고 영향을 미친다. 나이 많은 사람은 누적된 고액 임금이 부담스러워 자리가 없어지고, 젊은이들은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어서 아예 자리조차 없다. 내어준 자리에는 자동화란 이름으로 기계들이 채워지고 있으니 일자리 마련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직장인들에게 자녀 교육은 이중고를 안겨준다. 몇백만원 하는 등록금도 힘겨운데, 대학가에선 백수를 피하기 위해 1년 휴학이 관례화 된 지 오래다. 휴학계를 냈어도 외국어 연수를 핑계로 유학길에 오르는 젊은이가 하나 둘이 아니다. 수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엉뚱하게 외국으로 새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밀려날까 노심초사한 데다, 백수 자식 주머니까지 책임져야 하니 이 시대 부모의 등은 더 휠 수밖에 없다.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파급 효과로 인해 현대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일자리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도 터져나온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더니,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오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지난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 정부는 22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 수십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는 물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이에 '70년대식 일용직 계산이냐'는 비난 여론은 사업 추진의 본질 논란으로 이어지며 시끄러운 장외 싸움으로 번질 태세다.

그랬던 일자리가 최근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서도 거론돼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요지를 보면 2020년까지 약 18조원을 투자해 2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표다. 덧붙이기를 수정안에선 세종시 투자액을 2배로 늘리고 일자리도 3배로 늘렸다고 했다. 또다시 여론 희석용으로 일자리가 등장한 것이다. 어떻게 계산된 일자리인지 몰라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일자리가 없어서 아우성이니 숫자라도 부풀려 관심을 끌자는 속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얄팍한 카드를 들이대는 마당에 투자액이든 일자리든 2배, 3배로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결국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며 충북권 민심 잠재우기성이고 보면 말이다. 주요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일자리'는 민생과 직결된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서민들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의 발표에 불신을 품는 것은 여론 희석용으로 단골 메뉴가 되어 버린 탓이다. 세종시 수정안 찬반의 논란을 뒤로 하고라도 '일자리'를 들먹이며 합리화시키려는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는 꼴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이제 사탕발림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정부의 발표에 신뢰할 사람은 없다. 일자리를 빌미로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일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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