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지막 문학열정 꽃피우다
시인의 마지막 문학열정 꽃피우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2.1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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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학영씨 유고집 '아름다운 사람들' 발간
1인 1책 펴내기 통해 생전에 쓴 수필 묶어

아버지 살아 생전 현악 3중주나 피아노 4중주밖에 연주할 수 없는 인원이었던 집안이 이제 20인조가 넘는 대식구로 늘어났다. 반쯤 술에 젖어 박자도 강약도 전혀 맞지 않았던 지난날과는 비교가 안 되는 훌륭한 지휘 솜씨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옆을 바라보니 아내가 웃고 있다. 그저 술만 먹지 않아도 행복 할 수 있는 욕심 없는 얼굴이 석달째 웃고 있으미, 기왕이면 한 삼년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신년 음악회' 中

시인으로 수필가로 청주에서 왕성한 문학활동을 해오다 지병으로 50세에 작고한 김학영씨의 유고집이 발간됐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생전에 쓴 수필과 단상을 엮은 김학영씨의 첫 수필집이다.

지난 2006년 작고한 김 시인의 이번 수필집 출간은 청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으로 그동안 고인의 습작 노트에 담긴 글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주인을 잃은 채 사장될 뻔한 그의 글은 작고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는 문향으로 전해져 온다.

자그마한 체구에 넘치는 문학적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시로 수필로 그리고 술로 풀어내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문학과 술을 짊어지고 세상을 떴다.

생전에 천상병 시인을 사랑하던 김 시인은 천 시인의 시 '귀천'처럼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 것이다.

그가 떠난 자리에 이제 문학의 꽃이 피어난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열정을 피워낸 시간들이 그의 글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본문은 6부로 구성돼 57편의 글이 실렸다. 글을 쓰게 된 동기부터 자잘한 일상과 삶의 사유들이 행간을 메우고 있다.

그의 아내 이명희씨는 "남편과 나누던 마음과 그 온기가 글 속에 오롯이 남아 있어 친지와 그를 아는 사람들이 함께 추억하는 의미에서 유고집을 출간하게 되었다"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의 소풍을 끝내고 본향으로 돌아간 그가 그리움이 되어 가슴에 남아 있다"며 회고했다.

김 시인의 열정을 볼 수는 없지만 분신과도 같은 그의 글에서 새롭게 시인을 만난다.

평소 시인이 꿈꿔왔던 문학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글처럼 사는 것이었음을 새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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