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교포 지철규씨 남편수기공모 대상
재독교포 지철규씨 남편수기공모 대상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2.01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여성인력개발센터 수상자 선정… 내일 시상
청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는 가정에서 남성들의 가사와 육아분담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기 위해 남편수기공모전을 개최했다.

'워킹맘!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맞벌이 가정의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이번 공모전에는 충북 이외에 대전, 제천, 재독 교포 등이 참가했다.

공모전 수상자는 대상에 재독 교포로 참가한 지철규씨의 '나는 우리 가정에서 무엇이란 말인가'가 차지했다.

금상에는 최병현씨의 '달인일기', 은상에는 박철완씨의 '퇴근후에 다시 출근하는 아내', 이상대씨의 '시키기 전에 알아서~!'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상에는 김원배씨의 '아내는 39세, 신규간호사', 김태호씨의 '부부란...함께 걷는 것', 여관구씨의 '다시 나를 설레게 하는 아내'가 차지했다.

입상작은 고석현, 김두헌, 김병철, 김영운, 김주현, 박정규, 안문수, 엄한석, 오응진, 이철수, 이혁근, 장호진, 한상기, 홍경석, 황의동씨 등 23명이 확정됐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주제의 일관성,설득력과 감동, 자기표현, 문장력과 진정성에 무게를 두었다.

심사위원들은 "지철규씨의 '나는 우리 가정에서 무엇이란 말인가'는 유머가 있고, 문장이 매끄러우며, 외국의 풍습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것을 세련되게 표현해 낸 점이 좋았다"며 대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들 수상자는 3일 청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 3층 강당에서 시상식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수상자들의 소중한 글은 책으로 만들어져 상금과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대상작-지철규씨>

◈ 나는 우리 가정에서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부부가 독일에서 생활한 지가 벌써 45년이 훨씬 지났다. 나는 자나 깨나 '나는 내 가정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나?'를 반복하면서 70여년간을 살아왔다. 결혼 생활 40여년 동안 나는 항상 '머슴', '주방장', '청소부', '운전사'로 살아온 것이 전부다.

내가 일생동안 바란 것이 있다면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마주 보면서 따뜻한 식사라도 같이 했으면 하는 것이 처에 대한 소망이었다. 내 처는 한국의 대학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결혼과 동시에 같이 독일로 왔다. 내 처는 나와 결혼한 것이 아니고 독일 환자들과 결혼한 사람이었다. 새벽 6시면 시작되는 병원 업무, 퇴근하면 두 아들들의 가정교사, 또는 주방 청소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나대로 독일 공무원으로 아침 8시에 업무가 시작되면 때로는 밤 10시, 11시에 퇴근하는 예도 많았다. 독일에서는 남자 65세, 여자 63세가 정년 퇴직이다. 이미 우리 부부는 정년 퇴직을 했지만 나는 민간 외교관(한국측)으로, 내 처는 방문 간호사로 거의 24시간 뛰고 있다. 급한 환자가 있으면 간호를 하다가도 환자 측근처럼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밤과 낮이 없을 정도의 중책을 맡고 있다.

내 처의 성격은 무척 왈가닥인 편이다. 부엌에 들어가면 찬장, 냉장고 서랍도 꼭 닫는 예가 없다. 냉장고 문은 팔꿈치로 툭 쳐서 닫고, 아래 찬장은 엉덩이로 밀어붙이고, 부엌 서랍은 옆구리로 대충 닫는다.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바닥은 항상 한강을 만든다. 집에서 대충 가사를 하는 것에 비교하면 사회에서 환자를 다룰 때는 현미경 같은 정확성을 갖는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략>

70세가 넘은 내 나이에 내 처는 내 엄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다. 자다가도 옆 침대가 비어 있으면 온 집 안을 찾는다. 나에게 하루라도 내 처가 없으면 못살 것 같다. 내 곁에 있어만 주어도 그는 나에게 큰 보약이다.

지금도 나는 우리 음식은 내가 조리한다. 내 처는 학교를 나와 계속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내 처가 요리하면 야채는 밭으로, 생선은 바다로, 쇠고기는 도살장으로 가버린다. 내 처의 요리 솜씨를 바라지 않는 것은 결혼 초기부터였다. 지금 바라건대 내 곁에 같이만 있어 준다면 음식도 보약이요, 당신도 보약이요 하는 마음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