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웰빙음식을…
정치에 웰빙음식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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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병진 <청주시흥덕구선관위 지도담당>
'MBC 100분토론'이 선정한 '2008년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 6위'에 멜라민파동이 올랐다. 평소 바삭바삭한 스낵류를 좋아하는 편인데 멜라민이라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바삭거림을 배가시킨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며 입에 맞는 음식이 몸에 해롭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우리 정치의 경우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바삭하고 달콤하지만 몸에 해롭듯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불법 정치자금은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저해하고 각종 병폐를 낳는 주요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정치란 우리가 투표를 통해 혹은 기권을 통해 낳은 아이와 같다. 자식을 낳은 부모는 자식을 잘 양육해야 하는 책임이 있듯이 우리는 우리 정치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못 먹게 하려면 그를 대신 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주어야 하듯이 우리 정치도 검은 돈으로부터 해방시키자면 깨끗한 정치자금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깨끗한 정치자금을 조성하고자 도입된 제도가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기부제도이다.

이는 소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했을 경우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을 돌려주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사무를 주관하는 기관으로서 이 제도를 국민 여러분께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홍보과정에서 시민여러분을 만나며 자주 듣는 말이 두 가지 있다. 그 하나는 불신하고 있는 정치를 위해 기부하기가 감정적으로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인당 10만원 전액을 세액공제 해줄거면 차라리 세금에서 떼서 주지 무엇하러 힘들게 홍보하러 다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들이 일리 있는 말들이어서 매우 난감했다.

하지만 아무리 밉다고 해도 정치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검은 돈을 받게 되면 정치인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주어야 하고 이러한 정경유착은 정치불신을 초래한다.

정치불신은 일반시민의 소액다수 정치자금 기부를 저해하고 다시금 정치인은 검은 돈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된다.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엄단함과 동시에 소액다수의 정치자금이라는 건강식품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세금에서 일정액을 떼어서 정치자금으로 조성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번거로움을 없애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관련된 문제를 자의적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의 기부라는 동의절차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기부는 정치인들이 잘하면 늘어나고 못하면 줄어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음에도 선거일에만 주인이 된다는 비판이 있는 현실에서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기부제도는 정치인에 대한 민주적 통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낳은 정치라는 아이를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불량식품으로부터 구해주어야 할 때다.

국민여러분이 주시는'소액다수의 정치자금이라는 웰빙식품을 먹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는 좋은 정책이라는 효도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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