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가훈의 가치
현대사회에서 가훈의 가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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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현식 <주성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기라도 하듯, 늦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문득 책장의 책속에 사토 료의 '원점에 서다'라는 제목의 서적이 눈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한 장 한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은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충실하자는 것으로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방법이나 부분의 현상에 집착하여 많은 시행착오로 인해 시간·경제적 손실을 가져옴으로써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한참을 책을 읽어가다, 문득 사훈에 대한 일화를 설명한 장에서 조직의 가장 근간이 되며 정신적 기둥이 되는 것이 사훈이나 교훈, 가훈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더욱이 가훈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의 정신적 지침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가훈의 유래를 살펴보면, 가장 오래된 것이 중국 북제 안지추의 안씨 가훈부터로 알려져 있다. 안씨 가훈은 집안의 전통을 지키고 입신, 치가의 법을 후손에게 가르치는 내용으로 20편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그 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집안마다 가훈을 만들어 후손들이 실천하는 지침으로 삼았던 것이다.

가훈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가훈을 세울 만한 108가지의 예를 기록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보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나 '고진감래(苦盡甘來)', '공평무사(公平無私)' 등 삶에 지침이 될 만한 고사성어로 이뤄져 있다. 가훈에 대한 고사성어들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고사성어들이 시대의 흐름이 급박하게 변하는 현재에도 우리의 삶에 적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지침서, 독일의 개인중시 사상을 담은 격언과 이스라엘의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명언 등이 우리의 가훈과 같은 의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국의 이익과 공존의 번영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연일 국가적 협약 및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악화로 인한 질병의 발생 및 환경보전에 대한 문제제기 등 대형 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효율성과 능률성 제고를 위한 조직의 구성 및 조정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최소단위의 가족 구성도 세대의 가치관변화와 직업의 다양성 등으로 핵가족화가 이미 고착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예측불허의 상황과 가정의 구조속에서 삶의 진리와도 같은 가훈이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반문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때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와 대량의 정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 및 존재를 찾아줄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뿐만 아니라 가정교육 측면에서도 자녀교육의 지침으로 집안의 규범 및 가풍을 포함한 가훈을 주제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면 가족 간의 공감대 및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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