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모는 경찰서장
순찰차 모는 경찰서장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9.10.21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어제(21일)는 제64회 경찰의 날이었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미군정으로부터 경찰권을 이양받은 것을 기념해서 생긴 기념일로 경찰관들에게는 생일과 같은 날이다. 주요 범인 검거 등 눈에 띄는 공적을 세운 경찰관들이 각종 상과 표창을 받고, 내부적으로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언론도 으레 이날만큼은 경찰관들의 활약상과 공공질서와 치안에 기여한 숨은 일꾼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터질 일이 많은 경찰도 이날 만큼은 칭찬과 박수를 받는다.

올해에도 다양한 경찰관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건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순찰차를 직접 몰고 현장을 누빈다는 홍동표 청주흥덕경찰서장의 얘기는 꽤나 신선해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골목골목 관할지역 사정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홍 서장의 순찰은 주민들에게는 아주 인상적 일 수밖에 없다. 그의 얘길 들어보면 길에서 만난 시민들이 자판기 커피를 뽑아 권하거나, 경로당을 방문하면 과일을 깎아 내놓는다 한다. 편안하게 접근하곤 하는 경찰서장의 모습에 시민들도 한걸음 다가서곤 한다는 얘기이다. 직접 순찰차를 몰고 골목을 누빈다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흥미롭고, 반길 일이다.

그는 참모들을 태워 순찰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운전기사없이 순찰차 핸들을 잡는다고 한다. 낮시간에는 노인정과 아파트 관리무소를 찾아 교통사고 예방 책자를 나눠주며 해당지역의 치안사정을 듣고 해결방안을 챙기곤 한다. 심야시간대에는 범죄 취약으로 꼽히는 상가 지역이나 유흥가를 돌며 범죄예방 활동을 하곤 한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거의 빼놓지않는 홍 서장의 일과이다.

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치안상황을 챙기자 참모들이나 일선 지구대 직원들은 부담감에 달가워하지는 않는 반응도 있는 모양이다. 불쑥불쑥 관할 지역에 나타나는 경찰서장의 동선에 바짝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인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이 더 긴장하며 치안현장을 살펴야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국민들을 향한 경찰의 당연한 태도이고, 도리일 것이다. '공권력'이 시민 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치안행정의 신뢰를 더할 수 있는 일이어서 궁극적으로 일선 경찰관들도 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쇼맨십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경찰 수장의 새로운 시도를 삐딱하게 볼 게 아니라 액면대로 봐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쇼맨십 이라 치더라도 이런 류의 일이라면 일정정도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치안수요에 따라 조직을 개편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흥덕경찰서는 충북에서 가장 치안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관할인구가 가장 많은 데다 대형 유흥업소 등 유흥가가 밀집된 곳이다. 농촌지역도 포함돼 요즘 경찰이 흔히 쓰는 말 그대로 '과학치안'이 요구되는 곳이다. 인구 4만이 넘은 오창읍에 지구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치안수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행정기관과 달리 경찰은 행정수요 변화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경찰도 치안수요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과 합리적 대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은 마땅히 후한 점수를 받아야할 것이다. 홍 서장의 순찰이 살갑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