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충청도민
순진한 충청도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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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위해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해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밉다는 말이다.

요즘 세종시문제를 놓고 소위 당·정·청인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가 내놓는 발언을 보며 이 말이 떠오른다.

정운찬 총리나 정부측의 세종시 언급은 뒤로하고, 18일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이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알면서 양심상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느냐'는 속내를 가끔 내비친다"고 의도된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책임, 미래에 우리 국민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까지 친절하게 내놓았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을 통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이 말을 받아 19일 중앙언론들은 일제히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세종시'라는 등식을 만들어 놓고 있다.

결국 세종시 수정은 대통령도 똑같이 생각한 사안이 돼 버렸다. 또 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사실상 종말(終末)을 고하고 만 꼴이 됐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핵심 시설인 정부청사와 복합공동센터 건립공사가 지방선거 이후인 내년 9월로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미 세종시 기능 조정과 부처이전 축소를 전제로 한 행정절차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전개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세종시 변경에 대해 "모든 것은 충청 도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그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원안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다만 충청도민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원안 고수를 우기고 있다.

이런 발언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정몽준 대표까지 원안 고수였다.

순진하기만한 충청도민들은 정 총리의 내정 당시 발언 파장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지도부의 말을 그대로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말들을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의 심중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정운찬 총리보다 정몽준 대표나 안상수 원내대표가 더 미운 것이다.

"어차피 수정이면 수정, 백지화면 백지화라고 하면 될 일이지, 다음날 아침까지 '원안 고수'라고 말할 필요가 있냐"라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은 안타깝지만 이제 대세가 됐다. 대안으로 국제비즈니스도시 등 별의별 말들이 다 나오고 있다.

또 명품도시를 건설하고, 세종시 건설 예산을 모두 투입, 충청도민들이 서운하지 않게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을 믿지 못할 것 같다.

왜,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정부부처마저 이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과연 대학이나 민간기업들이 단시간내에 쉽게 올 수 있냐는 것이다.

일선 시·군에서 각종 메리트를 주어가면서 겨우 10만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활성화시키는 데도 10년이상이 걸린다.

이런 처지인데, 명품도시가 어느 세월에 만들어지냐는 점이다. 세종시 무산으로 이제 지역균형발전이란 단어는 사라진 것이다.

충청도민들은 세종시를 놓고 그동안 벌였던 정치권의 추잡한 작태에 이제 신물을 내고 있다.

그리고 당장 코앞에 다가온 중부 4군의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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