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變化無雙)한 선거판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선거판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9.10.08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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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후보단일화 무효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정 대표 집을 찾아간 감성적인 호소의 전략이 한몫했다.

노 후보가 정 대표의 집 대문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클로즈업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래서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엔 변화와 갈등이 있고, 공수의 대격돌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런 변수에 맞춰 전략과 전술을 짠다.

내년 지방선거에 도지사에 뜻을 둔 한 인사의 입당 저울질은 벌써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계속 결정이 늦어지면서 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주변의 우려나 걱정보다 앞서는 것은 선거판이 변화무쌍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기 때문에 시간을 찾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옳다.

한 도의원은 군수에 도전장을 내밀고 뛰다가 요즘 잔뜩 움츠렸다. 정치권의 원로급 인사로부터 최근 "눈썹도 까닥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고부터다. 내년 지선판세에 어떤 회오리가 몰아칠지 모르는 만큼 처신을 조심하며 가만히 지켜보라는 훈수 때문이다. 그만큼 예측불허다. 이렇다 보니 도내 정가엔 몸을 낮춘 채 눈동자만 바쁘게 굴리며 풍향을 살피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역대 선거보다 훨씬 다양한 정치적 변수가 춤을 추는 변화무쌍한 판이 될 것이라는 정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예상변수보다 돌발변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텃밭 후보들의 독식구조를 보였던 과거와 달리 3당이 혼재돼 이전투구로 '열강의 삼국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선거판이다.

선거엔 일반적인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가변적인 요소가 많다. 이런 불예측성 요소를 얼마나 잘 읽어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는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불과 20일도 채남지 않은 중부4군의 보선은 더욱 그렇다. 민주당이 정범구 전 의원에게 공천장을 먼저 줬다. 초등학교조차 지역구에서 나오지 않은 그야말로 과거 전략공천의 전형이다. 서울이 본무대였던 정 전 의원이 얼굴알리기에 막상 들어갔어도 내심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민들이 정권심판이란 거창한 논쟁에 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경대수 변호사를 8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후보로 결정했다. 경 후보 역시 고향을 떠난 지 오래다. 물론 지난해 총선에서 당내 경선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역시 부족함은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은 양당의 보선 선수가 됐다. 그렇다고 선거구도가 짜여진 것이 아니다. 자유선진당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아직 후보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음성 금왕 출신으로 민주당 정 후보같은 성씨의 정원헌 귀금속협의회장이 최종 2인에 들어갔다. 만약 정 회장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이번 선거판은 아주 재밌어진다.

인구가 가장 많은 음성, 그중에서도 금왕출신에 같은 성씨의 후보가 둘이 되기 때문이다. 음성출신의 후보 2명에 괴산출신의 경 후보 3명의 각축전이다. 소지역주의가 태생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복합선거구에서 선거판은 그래서 우위를 점치기가 더욱 힘들어 보인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보궐선거조차 점치기가 힘든 마당에 내년 지선은 더욱 그렇다. 더욱이 보선의 영향을 받아 내년지선 선거구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입지자들의 복지부동은 당분간 이어질 듯싶다. 여러 변수가 실타레처럼 얽히고 설켜 예측불허의 혼돈장세가 선거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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