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투척 그 이후
신발투척 그 이후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9.09.15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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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정치인을 향한 계란, 페인트, 오물 세례 등이 종종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른바 투척사건이다. 각각의 사건들이 갖는 경위는 서로 다르지만 투척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과 불신'에서 시작된다.

국내에서 회자되는 사건은 지난 1966년 9월 한국비료주식회사가 사카린을 밀수한 일로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 중 김두한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인분을 투척한 사건이다.

한국비료주식회사의 사카린 밀수 사건은 국내 굴지의 재벌인 삼성의 한국비료주식회사가 건설 자재를 가장해서 사카린을 밀수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언론계와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이 사건은 벌과금 추징으로 일단락되었으나, 일단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됐다.

근래 들어 각국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속속 '신발투척 봉변'을 당하면서 신발 투척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 지난 2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 이어 스에├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신발 투척의 대상이 됐다.

신발을 투척하는 이유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비교적 비폭력적인 방식을 꼽는다. 여기에다 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신발은 곧 밑바닥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척 소재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뒤따른다.

정치인을 목표로 하는 투척은 한마디로 불만의 표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통로를 통한 의사전달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불만표시가 투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투척행위를 소수의 일탈 행위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투척이라는 표출 형식은 소수의 방식이지만,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다수의 인식이라고 봐야 한다. 불특정 일반 시민의 심리를 대신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투척행위는 정당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배경을 주시하고 치유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정치적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해 12월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이라크를 방문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연설을 하던 중 "전쟁은 끝났다. 이건 이라크인이 보내는 선물이다. 당신은 개다"라는 욕설과 함께 신발 투척 세례를 받았다. 신발을 던진 '알바그다디야' 소속의 문타다르 알자이디 기자가 15일 출소했다. 외국 원수 공격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이 고려돼 1년형으로 감형됐고, 모범적 수감생활로 9개월만에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미국의 도덕성은 훼손됐고, 미 대통령을 향해 날아간 신발은 이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신발투척 영웅' 문타다르 알 자이디 기자를 맞이하기 위해 아랍 세계가 한껏 고무돼 있다. 자이디 기자에게 돈, 앵커, 신붓감, 정치적 지위 등을 선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는 정부의 압력 때문에 더 이상 언론인으로 활동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인권단체에서 일 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미 감정이 들끓던 아랍권에서 그를 일약 영웅으로 만들며 많은 신드롬을 낳았지만 자이디 기자도 자신을 '거만한 모욕 전문가'로 희화화한 권력과 언론 앞에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한 그에게 신발투척 사건은 진실을 기록한 자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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