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
아는만큼 보인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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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종원<청주교대부설초 교사>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초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으로부터 공부를 잘 하려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 아이였던 나는 그때부터 일부러 "왜"라는 질문을 어른들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많이 하려고 노력했었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점점 "왜"보다는 "네"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주변에는 늘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것을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파헤쳐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귀찮고 불필요한 과정일지 모르나 또 다른 사람에게는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이며 앞으로 발전된 무엇인가를 고안해 내는 데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문을 보면서 혹시 "왜 문 손잡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여닫이문은 대체로 바깥으로 밀 때는 왼쪽, 안쪽으로 열 때는 오른쪽에 손잡이가 놓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해서 문을 열고 드나들 때 몸의 행동반경이 편리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모두에게 공평하고, 찾기도 쉽게 가운데에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어떻게 될까 답은 지레의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 지레는 받침점을 기준으로 물체가 놓인 곳보다 힘을 주는 곳의 거리가 더 멀어야 적은 힘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다. 여닫이문은 기둥에 경첩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곳이 문에서는 받침점이 된다. 따라서 힘을 가하는 손잡이가 받침점에서 멀수록 적은 힘으로 문을 열기에 유리하다. 만약 손잡이가 가운데에 있으면 누구든 더 힘들게 문을 열어야 하니 매우 비효율적이다. 손잡이가 달린 위치뿐 아니라 손잡이의 모양을 살펴보아도 힘들 적게 들이고 문을 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서문에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라고 썼다. 비단 문화재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고 과학적 원리를 알아가는 데에도 그 말은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조금은 대답하기 귀찮고 때로는 어렵더라도 "네"보다는 "왜"라는 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더욱 격려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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