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0>
궁보무사 <8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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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부용아씨의 복수

율량은 이렇게까지 자기를 굳게 믿어주고 또 화끈하게 밀어주는 부용아씨가 한없이 고마웠다.

그런데 율량은 부용아씨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몹시 떨며 불안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를 조금이나마 안심시켜주고자 율량은 아주 자신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씨! 아무 걱정 마십시오. 순풍에 돛을 매단 듯 지금 일이 순조롭게 아주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요.”“그런데, 그 강치라는 자가 황금만 챙기고 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비로소 부용아씨가 초조한 낯빛을 띠우며 율량에게 물었다.

“그 점에 대해선 절대 안심하십시오. 재물에 맛을 한 번 들이고 난 이상 놈은 반드시 다른 명기를 데리고 이곳에 또 오게 되어있습니다.

원래 도둑이나 쥐새끼 같은 것들은 자기 방식대로 해가지고 한번 맛을 보고나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줄로만 알고 그대로 자꾸 똑같이 반복해서 행하려다가 결국 덜미를 잡히게 마련이니까요.”율량이 아주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무튼 전 율량님을 굳게 믿기로 한 이상 다른 말을 길게 더 하지 않겠어요.”부용아씨는 너무나 자신만만해 보이는 율량에게서 확실한 믿음을 보았기 때문인지 더 이상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과연 율량의 예상대로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아 강치 일행이 또 다시 명기인 듯한 여자를 데리고 한벌성 근처로 와서 율량에게 뵙기를 청하였다.

율량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사 수곡과 심복 부하인 봉명, 그리고 무장을 한 부하 몇 명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구, 형님! 일부러 먼 걸음을 하셨습니다요.”강치는 율량을 보자마자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넙죽 올렸다.

“어허! 먼 걸음으로 말하자면 아우가 훨씬 더 먼 곳에서 오지 않았는가. 이렇게 나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주어 정말 고맙네.”율량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부용아씨에게서 또 받았던 황금덩어리 2개를 슬쩍 꺼내어 그가 눈치 챌 수 있도록 만지작거렸다.

물론 재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강치의 가늘고 긴 실눈이 이를 못 알아 챌 리 없었다.

“그래, 이번에도 명기를 데려왔는가?”“아 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것은 저번 것과 비슷한 수준은 못 되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신선(新鮮)한 걸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낫습지요. 나이가 훨씬 어리니까요.”강치가 이렇게 말하며 허리를 잠시 굽실거리고 나더니 어느 곳을 향해 손뼉을 딱딱 쳐댔다.

그러자 근처에 있는 커다란 풀더미가 들썩거리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웬 젊은 여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보아하니 그 풀더미는 그녀가 타고 있던 가마를 살짝 위장시켜놓은 것이었다.

여인은 나긋나긋한 걸음걸이로 율량 앞에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큰 절을 넙죽 올렸다.

보아하니 강치가 데려온 새로운 명기임에 분명하였다.

“고개를 들어보아라.”율량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반짝 들어 올렸다.

율량은 그녀의 얼굴과 마주치자 갑자기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고난 기분을 느꼈다.

대강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젊은 여인의 얼굴이 너무 못 났기 때문이었다.

그전에 강치가 데려온 명기 여자에 비해 나은 것이라곤 조금더 어려 보인다는 것뿐이지 그 외 모든 면에 있어선 훨씬더 처지는 등 실망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허허! 그거 참. 명기라는 것들은 왜 이렇게 한결같이 추물이요 박색들일까. 진짜배기 산삼을 구하듯이 일부러 신경을 써서 순전히 자연산(自然産)으로 골라왔겠지만, 그러나 여자의 쪽은 어느 정도 되고 봐야지. 차라리 적당히 싹수 있는 여자를 후천적인 명기로 다듬어가지고 오는 게 훨씬 나을 뻔 했잖아. 아 참! 내 정신좀 봐. 지금 내가 그런 걸 생각해보거나 따져야할 필요가 전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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