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말하라
상식으로 말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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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최종돌 <전교조 충북지부 대의원>
   우리는 늘 상식을 배운다. 그리고, 상식에 따라 행동하고 삶을 살아간다. 그러한 상식들이 문화를 만들어 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상식은 구성원들 간의 합의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문화가 다르게 존재하고 변화하듯이. 과거, 목은 잘라도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면, 몇 년 전까지는 학생들의 머리를 깎이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학생인권을 말하면서 머리에 관한 상식이 변하고 있다. 필자도 과거에는 말썽꾸러기 녀석들, 나름의 잣대로 올바르지 못했던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 군대에서조차 때리지 않는 사회가 되었기에 내 상식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쿠바의 의대생들이 의료혜택을 못 받는 소외 지역으로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의 의대생들은 돈을 버는 것의 수단이 상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북유럽의 교육 관료들은 경쟁이 학습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우리의 교육관료들이 '경쟁'이 학습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모두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은 규정화 되었고 어떤 것은 규정하지 못한 채로 존재하며 '잘못된 상식'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규정화된 상식들은 새로운 상식에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강제-억압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러기에 상식이 잘못 규정된 것은 규정을 바꾸고, 잘못된 상식은 올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상식을 공유-수렴하는 작업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소위 '교섭'과 '소통'의 자리가 많아야 할 것이다.

상식이 규정화 된 것이 '법'이다. 뒤집어 말하면 '법'은 '상식'이다. 국회의원 시군의원들이 법을 말하기 전에 상식을 말하고 상식을 수렴하는 활발한 교섭활동을 해야 할 것이며, 노사 간의 교섭, 각종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토론회도 활발해야 할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늘 소통의 자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소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교섭'이 활발한 사회는 '올바른 상식'이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사회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로 돌려보면 교무회의, 학생회의, 학급회의가 소통의 자리이고 교육청은 교원단체와의 교섭 테이블이 소통의 자리이다. 그러나 교무회의는 교장 교감이 지시하고 전달받는 일방소통의 자리로 매김한 지 여태이고 학생회의와 학급회의는 유명무실화 되어 있다. 교육청이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교섭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상식으로 말하자. 시국선언을 한 내용이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 있는가. 주요 내용이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80%이상의 지지를 받은 상식적인 것으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라는 것이다. 교육문제에 대해서 교원단체와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시국선언을 한 행위 자체를 '잘못된 법'이라는 알량한 잣대로 징계를 운운할 것 같으면 이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역사를, 세계사, 사회를, 문학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라.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가 현 사회를 보면서 정부에 쓴소리를 한다고 입을 막다 못해 검찰 고발에 중징계를 한다고 한다. 역사에 벌받을 짓을 교육관료라는 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슴없이 하고 있다. 악법도 법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상식은 잘못된 상식이다. 독재정권의 산물이다. 소크라테스가 '법은 지켜야 한다'고 하며 독배를 마신 것은 악법에 저항하는 행위였으며, 법은 선해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 것이라는 올바른 상식을 견지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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