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보 부보(Bubo bubo), 바보 바보?"
"부보 부보(Bubo bubo), 바보 바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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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야묘(夜猫)라 불리던 새가 있다. 수리부엉이다. 여기서 묘는 삵이다. 소리없이 접근해 쥐도 새도 모르게 멱을 따는 게 삵이니, 밤중에 나타나 졸지에 먹잇감을 채가는 삵이 곧 야묘다. 섬뜩하다.

수리부엉이는 달갑잖은 새로 인식돼 왔다. 기이한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 도깨비뿔 같은 귀깃, 어린애만한 몸집, 딱딱거리며 위협하는 큰 부리, 한번 움켜쥐면 놓지 않는 발톱 등 생김새부터가 비호감이다. 울음소리도 쭈뼛하다.

부엉이가 달갑잖은 존재로 인식케 된 데엔 어른들의 장난기 어린 으름장도 한몫했다.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이에겐 "저기 부엉이 온다"고 어르고 밤에 자주 싸돌아다니는 아이에겐 "부엉이한테 잡혀간다"고 겁줌으로써 부엉이는 곧 두려움으로 각인됐다. 할아버지 무릎 베고 옛날 이야기 들을라치면 으레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린 부엉이 소리가 저멀리 들리는가 싶다가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질때쯤이면 어느새 뒤꼍 느티나무로 옮겨와 기겁하게 한 것이 부엉이다.

부엉이 소리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음은 속설과 기록에도 나타난다. 우리말에 부엉이가 마을을 향해 울면 상을 당한다는 말은 그만큼 부엉이가 불길한 일을 몰고다닌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엔 태조, 세조 등 여러 임금이 궁궐 가까이서 부엉이가 울면 서둘러 거처를 옮기고 해괴제(解怪祭)를 지냈다고 전한다. 해괴제는 부처에서 땀이 흐르는 일처럼 기괴한 일이 있을 때나 지내던 신풀이다.

하지만 때론 부(富)를 가져오는 새로도 인식됐다. 속담에 부엉이가 새끼 3마리를 낳으면 대풍 든다는 말이 있다. 육식성인 부엉이가 3마리의 새끼를 키우기 위해선 수많은 들쥐를 잡아 날라야 하기에 생긴 말이다. 새끼 3마리를 키우려면 하룻밤에 수십 마리를 잡아야 한다.

부엉이는 욕심도 많아 먹잇감을 보는 대로 잡아다 쌓아 놓는다. 해서 옛 어른들은 부엉이집 하나만 맡아도 횡재했다고 했다. 부엉이가 잡아오는 먹잇감엔 닭, 꿩, 토끼, 심지어 어린 고라니까지 있어, 그중 일부만 슬쩍 갖다 먹어도 고기걱정은 안했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림이 늘어나는 것을 부엉이살림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부엉이의 습성을 빗댄 말이다.

부엉이는 부부애가 강해 한번 짝 맺으면 평생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짝짓기하는 새로도 알려졌다. 다른 새와 달리 혹한의 1~2월에 산란해 번식기가 끝나도 오랜 기간 줄곧 사랑을 나누면서 금실을 확인한다.

부엉이는 높은 벼랑에 둥지를 튼다. 기자가 최근 확인한 10여개의 둥지 모두 탁 트인 수십 길 바위절벽에 있다. 천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몸집을 던져 쉽게 날고 또 밖에선 곧바로 날아들기 위한 지혜다.

전국의 부엉바위, 부엉고개, 부엉골, 부엉산은 부엉이가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김해 봉화산 부엉이바위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터넷상 자유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엔 '경사가 급해 등산객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다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올라 투신한 곳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적혀 있다. 국민장의 '노란' 처연함이 눈에 선하고 추모행렬이 아직 줄을 잇는데 백과사전엔 벌써 과거형으로 올라있다. 인생무상이다.

일명 자살바위로도 불렸다는데 어쨌거나 부엉이가 살던 부엉이바위서 전직 대통령이 부엉이처럼 몸을 던졌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처럼 말이다.

수리부엉이의 학명은 'Bubo bubo'다. 울음소리서 유래한 학명이 고 노 전 대통령의 별명인 바보를 연상케 함은 아이러니일까. 부디 자유롭게 날개 펼쳐 훨훨 날길 기원한다. 부보 부보, 바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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