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나이 사십이면
남자나이 사십이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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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누군가 말하기를 인생은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스무살, 서른살 시절 청춘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40대 가장이 되었다. 남자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중국의 성인(聖人) 공자는 74살까지 살았다. 당시의 연령으로서는 꽤 장수한 편에 속했다 한다.

그는 역시 성인답게 만년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보고 이렇게 인생을 정리했다. 15세에는 뜻을 세웠다하여 지학(志學)이라고 했고, 30대에는 자립할 수 있는 시기라하여 이립(而立)이라고 했으며, 40대에는 나름대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하여 불혹(不惑)이라 했고, 50대에는 고비로 하여 새로운 활동기로 접어든 지천명(知天命)이라 했으며, 60대에는 이 세상의 이치를 안다하여 이순(耳順)이라고 했고, 70대에 이르러서야 인생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하여 종심(從心)이라고 분류를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뜻 있는 지식인들은 공자의 철학적인 연대칭호를 활용하여 스스로의 인생진단과 후학들에게도 기준 삼아 가르치고 있다. 당시 평균 수명이 짧았던 때문인지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를 초로로 표기한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어려운 경제생활과 명예퇴직 제도 바람이 불어 40대가 되면 직장에서 쫓겨나와 도심지 공원으로, 직업소개소로 방황하고 다니는 40대 초로 아닌 초로 행렬을 가끔 볼 수 있다. 실제 사업이든, 직장이든 간에 남자 나이 40대이면 많은 경륜과 깊은 사유(思惟)에서 중후하고 훌륭한 일을 해 낼 수 있는 황금기이다. 그런데 사회 전반의 불경기 악순환이라는 이름 아래 한창 일을 해야 할 40대 초로()들이 방황하고 있는 가치의 혼돈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창피스러워 명예퇴직 사실을 숨기고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양 나갔다가 퇴근 시간에 맞추어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 트리고 들어오는 가장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느 자료에 보니까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럴 경우 명예퇴직을 하고도 숨기는 경우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

예전 같지 않게 아내와 아이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 가장

퇴근할 때는 어깨가 축 쳐져 집에 오고, 집에서는 문을 닫고 혼자 있기를 잘 하는 가장

아내한테 안마라든지 설거지 등 가사 일을 유난히 더 돌보는 가장

지방이나 해외 등 장기 출장을 핑계로 집을 많이 비우는 가장

퇴근 후 술을 많이 들고 오는 가장

신문이나 잡지의 구직난을 유난히 많이 보는 가장

밤에 잠을 잘 자지 않고 잠을 설쳐 아침 늦잠을 자는 가장

동창회나 친목회, 집안행사 등 공식적인 모임을 피하는 가장

위와 같은 징후가 현저히 나타나는 가장이 있는 집안은 조속히 사실을 파악하여 심적, 육체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의 가장을 살펴줘야 한다.

처 자식과 먹고 살기 위해서 싫어도 억지로 출근을 하여 상사의 눈치는 물론, 젊고 똑똑한 신세대 젊은 직원들의 분위기에 기가 죽어도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40대 가장들.

이 일이 어찌 남의 일이며 저 건너 편 사람들의 일일까. 공자가 주장한 70세의 종심(從心), 두보 시인이 제시한 60세의 기로(耆老)에도 열심히 본인의 경륜으로 회사에 이익을 주는 사회, 또는 본인이 나간다고 하기 전에는 회사의 일등 소속원으로 대접을 해주는 복지사회는 언제 오려나. 서글픈 40대의 가장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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