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의 눈물
피겨퀸의 눈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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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 영 희 <수필가·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총무과장>

온 국민의 눈이 한곳으로 모아지고 손에서는 땀이 난다.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보는 사람이 더 긴장을 하고 손이 불끈불끈 쥐어지는데도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는 나비가 넘어질 리 있겠느냐는 듯 나비같이 훨훨 날았다.

우리의 염려가 노파심이란 듯 기대이상으로 선전을 해서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사상 최초로 200점을 넘어서며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진주보다 더 영롱하고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값진 피겨 퀸의 눈물을 보며 국민들도 눈가가 시큰해지고 이슬이 맺혔다.

야구에서 일본에 아깝게 패한 뒤라 우리도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의식하며 제발 이번만은 하고 빌었는데, 김연아 선수는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우승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연습처럼 경기를 치렀다"고 해서 또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하기 쉬운 말로 "연습은 시합처럼 하고 시합은 연습처럼 하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신들린 듯한 연기력에 온 세계가 빠져들었고 관중들은 일어나서 피겨 여왕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김연아 선수와 같은 민족이란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어려운 경제난 속에 스포츠만큼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고 신나게 하는 것도 없을 듯하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가 더 예쁘고 자랑스럽다.

성공한 사람 뒤에는 늘 희생과 헌신을 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초지일관 정성을 들인 김 선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외경심이 인다.

인대가 늘어나 울부짖는 초등학생 딸에게 점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찢어지는 독한 마음으로, 얼음판 위에 다시 서게 해서 오늘의 피겨여왕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실력이 는다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하면서 어설픈 교육논리로 그만큼 정성을 들이지 못한 것이 새삼 부끄럽다.

얼마 전에 '새로운 미래와 인재의 조건' 이란 저명한 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력, 체력, 심력과 자기관리에 대인관계의 5합이 이루어져야 공부도 잘 할 수 있고 인생살이도 제대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다이아몬드 학습법이 귀에 쏙 들어 왔다.

아이들이 크기 전에 이렇게 좋은 강의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워져서 김연아 선수를 여기에 대입해 보니 신기하게 성공의 조건에 맞았다.

김연아 선수는 피겨에 알맞은 신체조건을 타고 난데다 표정 연기에 카리스마까지 어필 하는 것을 보면 머리도 좋다. 여기에 어머니의 독한 정성으로 철의 의지와 배짱을 키워서 지력, 체력, 심력을 모두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아픈 데가 없는 날이 이틀이나 계속되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연습을 안 한 것이 생각나 얼음판으로 달려갔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김연아 선수다. 이제는 코치도 놀랄 만큼 즐기며 체력을 안배하는 자기관리를 스스로 한다고 한다.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피곤할 텐데도 자선쇼를 여는 만큼 대인관계도 탁월하니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피겨의 퀸 김연아 선수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빛내고 우리국민을 감동시킬 제2 제3의 김연아 선수를 기대해 본다.

최명희 작가가 '혼불'에서 '작전이 필요할 때 작전을 세우면 이미 너무 늦다. 꽃이 필요한 순간에 꽃씨를 뿌리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언제나 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씨앗들을 버리듯이 묻어 놓아야 한다'고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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