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화폐전쟁중
세계는 지금 화폐전쟁중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9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중국이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슈퍼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사용 확대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기축통화 이슈가 오는 4월에 있을 G20 금융정상회의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현행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정면으로 공격한 셈이다. 특히 중국 주장에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도 동조하고 있는 데다 호주도 IMF 내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론을 제기하며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SDR(Special Drawing Right)은 지난 1969년 IMF가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를 지지하기 위하여 내놓은 것으로 국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금이나 달러 등의 준비자산을 보완하는 2차적인 준비자산으로 등장한 제3의 국제통화이다. 가맹국의 합의에 따라 발행총액을 결정하고 IMF에서의 출자액 비율에 따라 배분되며 각국의 필요에 따라 인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SDR의 가치는 당초 금으로 표시하였으나 주요 선진국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1974년 7월부터 가치기준을 세계 무역에서 비중이 큰 16개국의 통화시세를 가중평균하는 방식인 표준 바스켓 방식(Standard Basket System)으로 변경했다. 그 후 1980년 9월 IMF총회에서는 표준 바스켓의 통화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의 통화로 축소하였다. 그러던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달러화 주도의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대두되면서 중국이 SDR이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인민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제안한 '새로운 기축통화' 도입은 달러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장기적으로 위안화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저우 총재는 "새로운 슈퍼 기축통화가 달러 같은 화폐에 내재된 위험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 관리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 화폐가 국제무역의 기준이 되지 않으면 각국 환율정책은 경제적 불균형을 조절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인 데다 닥쳐올 위기를 줄이고 위험관리 가능성도 높여준다는 얘기다.

이같은 주장이 확대되는 데는 달러 약세가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각국 은행이 쌓아둔 외환보유액은 대부분이 달러다. 외채를 표시하는 기준도 달러화로 통일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규모 무역·재정적자에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 달러약세가 지속되자 공개적으로 기축통화 지위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신흥 강대국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것이다.

IMF내 중국 역할 강화론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상하이데일리에 따르면 케빈러드 호주총리도 IMF내에서 중국이 더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호주는 G20 국제금융기구 개혁활동그룹 공동 의장국이다. 호주가 중국을 지지하는 만큼 새로운 통화질서가 가시화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듯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달러 흔들기'가 시도되고 있지만 새로운 기축통화가 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달러로 채워진 마당이어서 대체가 단기적으로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