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성 베드로 광장과 오벨리스크
<163>성 베드로 광장과 오벨리스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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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마음의 오아시스'

천사들의 호의와 기도를 받으며 테베레강을 건넜다. 마리오 산과 쟈니 꼴로 언덕 사이의 바티칸 언덕위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0.44) 바티칸 시티로 향했다. 영토는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세계 기독교의 중심지이자 메카로 가장 강력한 종교적 리더십을 가진 왕국이다.

광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광장 한복판에 솟아 있다. 이 오벨리스크 위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일부분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균형 잡힌 거대한 광장은 240m의 폭을 갖춘 타원형으로 베르니니의 완벽한 원주들로 둘러싸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뛰고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다.

'로마의 휴일'에서 스크린의 자막과 더불어 고대 로마의 오래된 다리와 폐허의 성터와 성 베드로 성당의 둥근 돔, 광장 한가운데 솟아 있는 오벨리스크가 화면에 나타나며 로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그 장면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갈리골라 황제 때 만들어진 원형 경기장에서 67년 베드로 성인의 순교가 있었던 그 자리에 세워진 베드로 대성당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정신적 고향이자 성지이다.

로마 시가지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테베레강 건너편에 위치한 '바티칸 언덕'은 라틴어 표기로는 몬스 바티쿠스(Mons Vaticus)이다. 일설에 의하면 옛날 이 언덕에 에트루리아의 예언자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을 바티(Vati)라고 불렀으며 바티칸 이름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고 한다.

베드로를 비롯한 수많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순교한 곳에 세워진 장려한 성 베드로 대성당은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베드로가 순교한 지 약 250년이 지난 후에 그리스도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인 서기 326년에 베드로가 묻혀 있는 곳으로 믿어지는 자리 위에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졌다. 이 성당은 넓은 장방형의 포르티코(Portico주랑현관)를 통하여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성당은 광대한 라틴 십자가형 평면으로 되어 있다. 천여 년의 긴 세월이 지난 후 성당은 낡아졌고 교황청이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해간 시기(1305~1377) 동안에는 완전히 방치되어 있었다. 1450년 교황 니콜라스 5세는 바티칸을 교황청 소재지와 교황거주지로 정하고 기존의 성 베드로 대성당 옆에 새로운 바티칸 궁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율리우스 2세(재위1503~1513)는 이 낡은 성당을 헐고 그리스도교의 수도로서 로마를 상징할 만한 웅장한 대성당을 새로 세우기로 결정하고 르네상스시대의 걸출한 건축가 브라만테(1444~1514)에게 대성당 건축계획의 책임을 맡겼다. 당시 미켈란젤로는 시스틴 예배당의 천정화 '천지창조'를, 라파엘로는 바티칸 궁내에 있는 교황 아파트에 있는 방에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이리하여 1506년 성 베드로 대성당 신축 공사가 시작되었다.

둥근 방사선형 광장 한가운데 하늘을 찌를 듯이 장려하게 버티고선 높이 25m의 오벨리스크가 역사의 무게를 세우고 있다. 식스투스 5세 때 대성당 건축공사 중 대성당 옆에 서 있던 오벨리스크를 대성당 앞 광장으로 옮기는 일은 당시 로마시민들에게 지대한 관심사였다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탑인 성 베드로 성당의 오벨리스크는 서기 37년 이집트에서 가져와 갈리골라 황제의 경기장에 세워둔 것이다. 900명의 인원과 140마리의 말과 44마리의 노새를 동원하여 5개월 만에 이 거대한 돌기둥을 대성당 앞 광장 한복판에 옮겨 세웠다. 이를 지켜보았던 로마시민들은 매우 열광하였다고 한다.

운집한 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던 교황 바오로 6세의 모습이 스크린에 클로즈업 되는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240m 폭의 완벽한 타원형인 성 베드로 광장은 베르니니가 건축한 둥글고 부드럽게 감싸 안은 웅장한 원주(圓柱)들의 모습으로 숨을 멎게 한다. 네 줄로 도열된 244개의 도리아식 원주 위로 140분의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조각이 광장을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경외감을 갖게 한다.

교황 인노첸트 10세 때인 1656년부터 베르니니가 성 베드로 대성당 앞의 타원형 광장을 설계하기 시작하여 12년 후에 완성하였다. 이 광장은 성 베드로 성당의 입구로서 근엄한 분위기를 줄 뿐만 아니라 두 팔을 벌려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광장은 대성당이라는 단일 건축물을 도시 구조에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기독교 성지로서의 장중한 인상과 경외감을 갖게 한다.

광장을 감싸 안은 거대한 원주들과 지상에서 가장 많은 조각상들이 늘어선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조각상을 바라보노라면 서구문명의 뿌리를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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