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의 진실
미디어법의 진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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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 수 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나는 최근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처음 들어가 봤다. 도대체 어떻게 홍보하고 있는지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삽화로 된 그림이 눈에 띄게 편집되어 있다. 미디어법이 경제를 살리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놈()의 경제 살리기는 참 잘도 써먹는다. 그 내용 가운데에는 미디어산업법이 지역언론을 살리는 길이라고 버젓이 나와 있다.

한나라당이 홍보하는 내용은 이렇다. "지역 언론은 신문과 민영방송이 다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방겸영하고 투자가능 기업이 늘어나면 지역언론사가 살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내고장 미디어'그룹을 만들 기회다" 과연 그럴까.

지역신문 시장은 이미 전국지 시장에 잠식되어 있다. 특히 조중동의 불법경품 제공으로 지역신문 시장 질서는 무너질대로 무너졌다. 우리나라 전체 신문시장을 조중동이 70% 이상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현재 불법경품을 막기 위한 신문고시를 폐지하자고 한나라당은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문고시 폐지안 역시 지역신문을 살리는 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더 죽이는 꼴이다.

지역방송을 보자. 한나라당은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를 배분해 주는 형태인데, 이것을 경쟁체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독점을 푸는 거니 좋은 거 아니냐는 논리다. 그런데 언론의 광고를 규제 없이 자본에게만 맡긴다고 생각해 보자. 분명히 돈을 지불하는 회사들은 시청률 잘나오는 방송에 광고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이건 지역방송은 다 죽으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 내가 사는 지역방송을 지켜내고 싶어도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고 만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내 고장 미디어 그룹을 만든다는 장밋빛 전망도 말이 안된다. 현재 일부 지역방송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그룹을 만들 수 있겠는가. 미디어 그룹을 만든다 해도 역시 자본을 대는 기업이 필요할 테고, 이 기업의 입맛대로 만들어지는 방송이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국민들이 재벌방송을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방송이 전국단위 지상파 경쟁에서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역언론을 왜 살려야 하냐고 묻는다. 지역신문이 너무 많네, 지역방송이 뒤떨어지네 하며 말들도 많다. 그렇지만 지역의 의제를 만들어내고 지역여론을 담아내는 것은 지역언론밖에 없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지 않았는가. 신행정수도, 하이닉스 이전 문제, 수도권 규제완화 등의 문제를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절대 안된다고 외쳐댔지만, 중앙언론들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보도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여론처럼 둔갑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은 지역언론만을 죽여 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역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언론이 있어야 찍소리라도 낼 수 있는 형편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미디어법은 경제를 살리지도 못할 뿐더러 지역마저 죽이는 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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