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힌두교인의 화장
네팔 힌두교인의 화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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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최근 들어 히말라야 트레킹이나 네팔인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에도 암환자들이 수술 후에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차마고도' 이후에 이 지역에 대한 관심들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마고도가 방영될 때 나는 네팔에 있었기에 돌아와서 DVD를 통해 재생시켜 보았다. 내 가슴에 담은 히말라야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으나 카메라의 각도가 다름을 또 한 번 느꼈다. 이러한 '차마고도'를 TV를 통해 집에서 보던 우리 가족은 위험한 네팔 지역으로 떠났던 나를 생각하며 무척이나 가슴 졸였던 모양이다.

어디에 있든 위험, 고통, 죽음은 늘 동반된다. 그러나 이것은 안전, 기쁨, 삶의 영역 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힘든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있었던 고통 따위는 잊어버리고 언제나 기쁜 추억으로 승화시킨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순간순간 도래하는 고난의 시기에도 과거의 여정 중에 맛 보았던 험난한 극한 상황을 떠올리며 고통을 극복해 가는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암환자들의 히말라야 트레킹 역시 이와 같은 이치가 내포됐다고 본다.

긴 인생여정에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고 넘어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 역시 진화(진보)해 간다. "죽고나면 별 것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고 말하는 자는 아직도 죽음을 인간의 최대의 고통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나도 역시 죽어보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지만 죽은 다음 사후세계를 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네팔의 사원에서 화장(火葬)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지난주에 노고산의 일화를 소개했던 이유도 네팔 힌두교도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문화의 차이를 대조·설명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우리 조상들은 자신의 무덤을 미리 만들어 놓고 죽음을 준비했으나 힌두교도들은 신성한 갠지스강에서 죽음을 맞을 것을 희망한다. 네팔의 힌두인들 역시 죽기 전에 갠지스강에서 순례하는 것이 최후의 목적이나 희망대로 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화장한 뒤 뼈조각이나 가루를 유족(특히 장남)이 갠지스강에 뿌리도록 한다.

네팔의 카투만두 근교에는 네팔 최대의 힌두사원인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가 있다. 성스러운 갠지스강의 지류인 바그마티(Bagmati)강가에 있는 큰 사원이다. 파슈파티는 힌두교 최고의 신(神)인 시바신의 화신(化身)중의 하나이다. 왕족 혹은 브라만 계급의 사람들만이 사원의식에 참여하고 입장할 수가 있고, 관광객에게는 사원 밖 주변 탑과 화장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돼 있다.

긴 바그마티 강줄기를 따라 보여진 화장로는 7개였다. 상류 맨 위가 왕족, 그 아래로 브라만 계급이고, 하류에는 하층민의 화장로라 했다. 위쪽 2개의 화장로를 제외한 나머지 화장로에는 장작더미 위에 시신이 올려진 채 불을 지펴 연기를 내뿜기도 하고, 활활 타면서 육신타는 냄새를 주변에 풍기고 있었고, 장작이 타버린 새까만 숯더미를 시신의 일부와 함께 강물로 밀어 떠내려 보내는 일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대기 중인 시신은 화장로 아래의 경사면에서 발목까지만 강물에 담근 채 화려한 옷을 입고 누워 있었다. 시신 발바닥의 용천을 통해 영혼이 잘 빠져나가도록 물에 담가 삶의 최종목적지인 갠지스강으로 합류하기 위한 것이었다. 죽음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 갠지스강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렇게 장례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저렇게 삶을 마감하면서 영생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최후의 삶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남을 약속하는 것이고 생은 윤회한다는 것을 알았다. 네팔인들에게는 사후 다시 태어난다는 확신 아래 최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 조상님은 죽어도 죽지 않고 무덤 속에서도 자손들과 영원히 교류한다고 믿었다.

화장로 건너편에서 수도하는 네팔 사두들의 최후의 삶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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