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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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눈 오고 춥고, 설날 치고는 날씨 한번 요란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세상을 눈이 푹 덮어놓아 보기는 좋았습니다. 설 연휴 잘들 보내셨는지요.

아직 산천에 잔설이 분분한데도 날이 확 풀려서인지 봄 기운이 스멀거립니다. 이제 입춘이 일주일 앞에 와 있으니 봄 내음이 날 만도 하지요.

새들도 때를 아는지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참았다는 듯 잠시도 조용 못하고 지저귀는 소리가 처음은 듣기 좋더니 이제는 시끄럽네요. 하기사 지금부터 제목소리를 다듬어야 봄날 좋은 짝을 찾지요.

연휴동안은 세상 한번 조용하데요. 다투고 싸우는 소리가 안들리니 날씨 빼고는 평온하고 좋았었는데.

오늘 조간신문들이 설 민심에 대해 '싸움들 좀 그만 해라. 싸움 하면 국회의원이 연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맞습니다. 설 쇠러 오신 친척분들의 대화도 단연 국회의원님들 성토로 시작해 술잔이 돌아가면서 욕 퍼붓다 끝이 납니다. 그리고 걱정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투덕거리다 끝을 못내고 2월로 미룬 산적한 쟁점법안 처리가 제대로 될 것인지와, 이에 앞서 파행정국과 맞물린 용산참사가 국민들의 우려대로 정쟁(政爭)으로 번져 시한폭탄처럼 초를 읽고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주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정치는 백성들 배 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이 근본이라는 옛 선현들의 가르침을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시라고 부탁을 드립니다.

이건 허리띠 조르느라 몸고생 하고 날씨보다도 추운 마음고생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농촌은 농사준비에 들어갑니다. 각 마을마다 주민총회인 대동회가 열리고 지난해의 작황을 토대로 어떤 농작물을 얼마나 지을 것이며 판로를 점검하는 등 영농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맞댑니다.

'국민을 섬기시겠다'는 분들, '국민을 위해 몸 바치시겠다'는 분들, 잠시 농촌으로 눈을 돌려 보시지요.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려는 농심(農心)을 헤아리시면 이 난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지혜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엉이 소리가 들립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도 때도 없이 나던 엽총소리가 며칠 뜸해지자 어젯밤부터 앞산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허가구역인지 금렵구역인지 분간을 못하고 엽총 들고 설쳐대는 몰지각한 인간들을 피해 한동안 고향을 떠났던 부엉이가 설날에 맞춰 돌아온 것 같습니다.

언제나 들어도 신비롭고 정겨운 저 소리, 각박한 세파에 찌들어 잊어버린 동심을 부엉이가 꺼내 찾아 줍니다. 설 지난 마을이 다시 침묵합니다. 잠시 얼굴 비치고 가버린 자식들을 아쉬워하는 농촌 부모님들, 주름진 얼굴에 둥지 떠난 아기새를 그리는 어미새의 '빈둥지 증후군'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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